황교안 종로 결단, 주요인사 '전략배치'·'TK물갈이' 신호탄

공천 가속화 예고…황교안 "우리가 먼저 죽어야" 공관위원 "원칙 따라 물갈이"
홍준표·김태호, 일단 '고향 출마' 입장 고수…10일 공관위 회의 주목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한국당의 공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달 23일 출범 이후 공천 작업을 개시했으나, 황 대표의 출마지 결정이 미뤄지면서 사실상 급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당 주요 인사들의 험지 출마, 대구·경북(TK) 물갈이 등이 한국당 '혁신 공천'의 지표로 꼽히는 상황에서 그 출발점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의 선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황 대표가 결단을 머뭇거리는 사이 주요 인사들의 출마지 결정 역시 줄줄이 미뤄졌다.한때 종로 출마설이 나온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이 묶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단으로 공관위의 공천 작업은 다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한국당 전체의 총선 필승 전략에 따른 주요 인사들의 '전략공천' 물꼬가 트인 모양새다.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발표문을 내고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공관위는 곧 추가 공모,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고향인 영남권에서 총선 채비를 갖춰온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적지 않은 압박을 마주할 전망이다.

황 대표가 '꽃길'이 아닌 '험지' 출마 약속을 지킴에 따라 당 대표급 및 중진들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가 힘을 받게 되면서다.실제로 황 대표는 출마 선언 후 기자회견에서 "나라가 어렵고 당이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대표급, 지도자급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죽어야, 내가 먼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홍 전 대표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김 전 지사는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 공천을 신청한 상태로, 이들은 일단 공천 신청 지역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수도권의 우리 당 붐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늦었지만 고뇌에 찬 결단에 감사드린다"면서도 자신의 지역구 관련 언급을 삼갔다.

김 전 지사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늦었지만 황 대표의 선택은 잘된 일"이라면서도 "주요 주자가 수도권에 다 모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지역 정서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출마지 결단을 미뤄온 황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론은 언제든 홍 전 대표나 김 전 지사 등 간판급 인사들을 향한 거센 '험지 출마' 목소리로 전환될 수 있다.

공관위 역시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해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인사들의 '지역구 교통정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당장 오는 10일 회의에서 주요 인사들의 공천 문제를 논의한다.
황 대표의 이번 결정은 TK 의원들의 당내 반발을 잠재우는 데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대적인 컷오프(공천배제)가 예고된 TK 의원들은 최근 황 대표를 만나 "TK가 당의 식민지냐", "TK 모멸" 등의 수위 높은 발언으로 공천 후폭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늦었지만 '기득권 내려놓기'를 보인 만큼 TK 의원들을 향한 공관위의 '공천 칼바람'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동시에 한국당이 전날 전체 253개 지역구에 대한 1차 공천 신청을 마감한 만큼 전략공천 지역·단수후보 지역·경선 지역 선정을 비롯한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일부 공관위원이 자신의 종로 출마를 강하게 주장하며 마찰음을 냈던 것과 관련,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공관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주장했던 이석연 공관위원은 통화에서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스스로 공관위 결정에 앞서 더 험지로 가겠다고 자청한 만큼 우리는 원칙에 따라 물갈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의 이번 결정이 새로운보수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 대표가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 통합 논의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회견에서 지역구 선정이 오래 걸린 것은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제가 어떤 행보를 하는 게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겠나 하는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나서야 할 때라 판단한 시간에 종로 출마 보고를 드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합 추진 과정에 있다.나를 위해서만 생각한다면 결정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