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종로를 정권심판 1번지로"…이낙연과 '대선 전초전' 성사

총선 D-67일 험지 출마 선언 35일 만에 종로에 출사표

黃, 정치생명 건 '승부수'
역대급 '총선 빅매치' 관심 집중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도전장’을 던졌다. 여야 유력 대권주자들이 정면 대결에 나서면서 종로 선거가 ‘대선 전초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黃 “정권 심판 최선봉 서겠다”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심판의 최선봉에 서기 위해 종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며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출마 일성으로는 ‘정권 심판론’을 내걸었다. 황 대표는 “종로를 반드시 무능정권·부패정권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며 “종로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권 심판 민심을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 대표가 이 전 총리라는 ‘거물’이 나선 종로를 선택한 건 대권까지 포석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권과 맞서는 ‘투사’ 이미지를 확보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종로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는 개인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라며 “1 대 1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황교안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이 전 총리를 누르고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종로에서 보는 ‘대선 전초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광주광역시 서구 천주교광주대교구청을 방문해 김희중 대주교를 만난 자리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거물급 정치인이 맞붙으면서 종로는 이번 총선 전체 판세를 가를 선거구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인 이 전 총리와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황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 2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 조사로 본 현재 판세는 이 전 총리가 우세하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4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 전 총리 지지율은 53.2%로 황 대표(26.0%)보다 크게 앞섰다.

반면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 타도를 내걸면서 이 전 총리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보수 진영 지지층이 대거 결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한국당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상 종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수층 지지세가 모일 것”이라며 “분위기를 타면 전국적인 선거 승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고 해도 마냥 긴장을 늦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 전 총리와 황 대표 중 한 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 생명을 건 ‘단두대 매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이라면서도 “나라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려놓겠다고 한 이상 무엇을 두려워하겠나”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적쇄신 속도낼 듯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정은 지난달 3일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 전 총리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 먼저 출사표를 던지자 황 대표도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수도권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근 황 대표를 향해 ‘종로 출마’와 ‘불출마’ 중 선택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은 “깊은 고뇌와 숙고 끝에 나온 결단”이라며 “피 끓는 당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전 국민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황 대표는 종로 출마 결단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총선을 진두진휘하는 당대표로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보수)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 총선 거취를 먼저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통해 흔들린 리더십을 추스른 만큼 향후 보수통합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 등 당 대표급 중진들의 험지 출마와 대구·경북(TK) 지역 인적 쇄신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 “늦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수도권에서 한국당 붐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TK 의원들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곧 추가 공모와 중량급 인사들의 전략 배치 등 필요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