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취약계층에 잇따르는 온정 손길

밀알복지재단·코레일, 독거노인에 마스크·건강식품 등 전달
봉사단체·소방관들, 중국 출신 기초수급자 집 화재복구 나서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움복지관 사무실. 밀알복지재단과 코레일 분당선 수서관리역 직원들이 위생용품과 식료품을 박스에 나눠 담느라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마스크와 함께 포장용기에 든 홍삼, 비타민, 전복죽, 사골곰탕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8일 밀알복지재단에 따르면 재단과 코레일은 이렇게 준비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선물상자'를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독거노인 60명에게 전달했다.

두 기관은 2014년 사회공헌 제휴 협약을 맺고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선물상자를 받은 지체장애인 김영태(66)씨는 "몸이 불편해 평소에도 밖에 자주 나가지 못했는데 신종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집에만 있었다"며 "마스크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이 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마스크나 손 세정제를 구입하기 어려운 독거어르신들은 신종코로나 감염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키워줄 수 있는 홍삼과 비타민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신종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며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도움이 절실한 이웃을 향한 온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엔 중국 출신 기초생활수급자 가족이 사는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화재로 망가진 집안 설비를 복구해 주는 작업을 했다.

서울 송파구 소상공인 봉사단체 '기부천사' 김순규 회장과 회원 김인수씨, 서울 성동소방서 서현철 소방위, 송파소방서 이강균 소방위 등 4명이 천장 석고보드, 주방 전기 배선 및 전등 교체 등 작업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이 집 주방 천장에 있는 전등에서 불이 나면서 거실, 부엌 벽지와 장판, 싱크대 등이 불에 탔다. 여기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모자(母子)가 세 들어 살고 있었다.

2009년 우리나라로 귀화한 중국 출신 나금숙(68)씨는 간병일을 하며 월 100여만원을 벌고, 아들 김모(40)씨는 걷지 못하고 손을 떠는 장애를 갖고 있어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나씨의 남편은 중국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건물주의 사위인 서 소방위가 이런 사연을 듣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 소방위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이 소방위는 기부천사에 이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화재 복구비용은 서 소방위와 기부천사가 함께 마련했고, 이 소방위는 간병일을 하는 나씨를 위해 손 소독제 5병과 의료용 마스크를 제공했다.

이 소방위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중국인이나 중국동포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중국에서 귀화한 이들이 도움받기 어려울 것 같아 우리 소방관들도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씨는 "집이 불에 타버렸을 때 눈앞이 캄캄했는데, 신종코로나가 유행하는 상황에서도 기부천사 회원들과 소방관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하루 만에 공사를 다 끝내주셔서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