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지난해 순익 11조원 또 '역대급' 실적

저금리·대출규제에도 예상밖 호실적…여전히 이자이익 중심
수익성은 떨어져…"기준금리 또 내릴 것, NIM 추가 하락 전망"

지난해 주요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잔치를 이어갔다.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깬 결과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1조27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10조5천200억원)보다 4.8% 증가한 규모다.1·2위 실적을 올린 신한·KB금융은 각각 3조4천35억원, 3조3천118억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조4천84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1조9천41억원으로 지주 체제 전환에 따른 회계상의 순이익 감소분(1천344억원)을 더하면 우리은행 시절을 포함해 경상 기준 사상 최대 실적다.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에 부동산 규제, 기준금리 인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경쟁 심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KB금융은 "은행과 카드의 견조한 이자이익 증가와 수수료이익 성장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했고, 우리금융은 "우량기업 대출 위주로 자산을 늘리고 핵심예금을 증대해 수익구조를 개선했고 자산 건전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늘었고 대체로 비은행 계열사, 글로벌 부문의 기여도도 개선됐지만 여전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것은 이자이익이다.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3∼85%에 이른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7조9천827억원으로 전년보다 4.8% 늘었고, KB금융은 3.3% 증가한 9조1천968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5조7천737억원으로 2.4% 증가, 우리금융은 5조8천937억원으로 4.3% 늘었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익성은 전보다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보다 각각 3∼7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 4분기 NIM은 1.46%로 전분기보다 7bp가 낮아졌고, 국민은행 1.61%(전분기 대비 6bp↓), 하나은행 1.41%(6bp↓), 우리은행 1.37%(3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함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이 낮아진 영향이다.

NIM은 은행 등 금융사가 운용자금 한 단위당 이자 순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금융지주의 실적 증가세가 올해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NIM은 3bp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열 하나금융 부사장은 "(기준금리 한차례 인하시) 연간 500억∼600억원의 이자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환 KB금융 부사장은 "올해는 저금리 저성장,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 중심의 이자이익 성장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한차례 인하를 가정했을 때 연간 NIM은 1.6% 내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지주사들은 비이자이익 확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WM) 역량 강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