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정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없을까 [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12)

연일 우한폐렴 방역 강조
2·8 건군절 열병식도 취소
“확진자 없다”고 주장하지만…‘평양 확진자설’ 나와
김정은, 1월 25일 이후 15일째 공개행보 없어
주북한 러시아 대사 “北, 조만간 새로운 전략무기 선보일 듯”
[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북한 평양 피복관리국 피복기술준비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을 철저히 막기 위해 마스크 생산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모두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 같이 떨쳐 나서야 한다.”(2020년 2월 2일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 조선중앙TV 인터뷰 중에서) “인민의 생명과 건강증진을 제일가는 중대사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을 심장에 새겨 안고 평양피복공장, 만경대피복공장, 형제산피복공장에서는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긴급 대책을 세우고 내부예비를 총동원하였다.”(2020년 2월 5일 노동신문)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이 지난 2일 조선중앙TV와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되지 않았다고 하여 안심하지 말고 모두가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과 관련해 북한도 방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북·중 무역을 금지했다. 항공과 도로, 철도 등 모든 통로를 차단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외교관, 출장객 등의 입북도 안 된다. 겉으로 보면 북한은 현재 ‘밀봉’ 상태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관영 언론에서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100% 신뢰하는 이들은 북한 내에서조차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과거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확진자 유무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통계 인프라를 감안하면 우한폐렴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부 북한전문매체에선 “북한에 이미 확진자들이 여러 명 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는 지난 7일 “북·중 국경지역인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로 병원을 찾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우한폐렴이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북한 당국은 빠르게 시신을 수습하고 보건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평양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설도 돌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은 “최근 중국에 다녀온 평양 거주 여성이 우한폐렴 확진자로 확인됐다”며 “이 여성과 접촉자들을 모두 격리했다”고 전했다. 또 확진자가 나오면서 인민군 훈련과 대규모 건설 공사 등이 전면 중단됐다고 알려졌다.

2·8 건군절 열병식도 열리지 않았다. 건군절은 인민군 창설을 기념하는 날이며, 올해로 72주년을 맞았다. 건군절엔 열병식이 열리고, 이 때 북한의 주요 무기들이 공개돼 왔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위성을 통해 북한이 약 8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행사가 연기된 것 역시 우한폐렴 여파로 추정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수일 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25일 열린 설 명절 기념공연 이후 15일째 공개 행보 소식이 없다. 당시 공연에 김정은의 고모이자 김정은의 손에 처형된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가 포착돼 상당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북한이 조만간 새로운 전략 무기를 내놓을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일 타스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북한 지도자(김정은)는 항상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며 “그가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면 그 일은 조만간 반드시 일어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은 우리를 만나면, 국가적 억지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반드시 언급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산보고에서 “머지 않아 우리가 보유하게 될 새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 우한폐렴 방역에 대해 계속 보도하며, 이를 주민들의 사상 단결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체제 유지를 위한 ‘가림막’을 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재도 사람과 민심을 얻지 못하면 할 수 없다. 김정은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