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맑은 에메랄드 바다의 초대, 지금 만나러 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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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사람은 때로 간사하다.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날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엔 따뜻한 곳을 찾기도 한다. 국내 겨울이 예전보다 따뜻해졌다고 하지만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럴 때 떠오르는 곳은 역시 휴양지다. 에메랄드빛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수영을 즐기고, 야자수가 줄지어 선 도로에서 질주하는 상상. 여기에 면세 쇼핑몰과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항목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보면 마지막에 ‘괌(GUAM)’이란 목적지가 나온다.
노을이 물든 바다에 빠지고
스쿠버다이빙하며 물고기와 인사를
추울 땐 따뜻한 나라가 최고! 예로부터 추운 겨울엔 집안의 따뜻한 아랫목이 최고였다. 어깨에 두툼한 이불을 두르고 아랫목에 앉아 까먹던 군고구마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추억이다. 그래서일까, 겨울이 되면 여전히 따뜻한 곳을 찾게 된다. 애써 아랫목을 찾지 않아도, 이불을 두르지 않아도, 달달한 군고구마를 먹지 않아도 오감이 만족스러운 열대 휴양지다.
괌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이 “거기는 덥지 않아?”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정말 덥지가 않다. 이상기온으로 한여름엔 기온이 40도를 웃돌기도 하는 한국에 비해 괌은 여름 평균기온이 26~31도다. 직사광선은 뜨거울지 몰라도, 실제 기온은 국내보다 활동하기 좋다. 한국은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괌의 기온은 24~29도로 여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추위를 피해서 떠난다면 괌 공항에 내리는 순간 아랫목 세계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겨울철엔 움직이는 것도 귀찮은 법, 괌에 와서도 돌아다니기 꺼려진다면 호텔과 리조트에서만 즐겨도 충분하다. 호텔·리조트 타운 밖으로 전혀 나가지 않고도 근사한 피서가 가능한 시설이 많다. 리조트와 접한 바다에서 프라이빗한 휴양은 물론 곳곳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카약과 카누에 올라 물길을 가르며 패들링할 수도 있고, 파도와 맞서며 인공 서핑까지 즐길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가능한 일이다. 괌 여행 시 숙소를 정할 때 동반할 가족에 맞는 물놀이 시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리조트가 점유한 해수욕장은 기본이니 발품 파는 게 싫은 사람은 리조트 근처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한국에서 4시간 정도면 도착하지만, 미국 자치령이라는 매력도 있다. 치안은 물론 아메리칸 스타일의 휴양지를 엿볼 수 있다. 괌을 두고 ‘하와이의 미니 버전’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괌에서 물을 즐기는 방법들
겨울 추위를 피해 따뜻한 햇볕을 찾아왔다고 해도 괌은 휴양지 겸 관광지인 섬이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물에서 즐기는 액티비티 천지다. 호텔과 리조트의 수영장, 해수욕장도 충분히 좋지만 사실 맛보기에 불과하다. 알면 알수록 체험하고 싶은 즐길거리가 많다.
우선 ‘도시어부’ 같은 낚시 프로그램 좀 봤다면 귀가 번쩍 뜨일 피싱투어가 여럿이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즐기는 것인데 의외로 손맛이 좋다. 괌은 사방이 바다지만 관광이 주 수입원이다 보니 어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다.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수많은 물고기떼와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차로 2시간이면 괌 한 바퀴…쇼핑천국 별명도
배를 타고 나가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낚시와 묶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니 검색이 필수다.물이 두렵다면 직접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즐길 수도 있다. 작은 섬에 별 게 다 있다. 먼저 유명한 투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라이드 덕(Ride the Duck)이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성공한 수륙양용차량을 이용한 투어 프로그램이다. 약 90분간 육지 명소 몇 곳을 둘러보고 바다로 나가 오리처럼 물 위를 떠다니다가 돌아오는 체험이다. 출발 전 오리주둥이 모양의 소리 내는 장난감을 선물로 나눠준다. 박자에 맞춰 오리 소리를 내며 달리는 기분이 꽤 신난다. 라이드 덕은 달리던 차가 물 위에 오를 때 기분이 절정이 되는데 처음부터 배에 올랐을 때와 180도 다른 느낌이다.
관광지로 부족함 없는 섬
괌은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의 15개 섬으로 이뤄진 자치령이다. 길이는 48㎞, 폭은 6~14㎞로 남북이 길쭉하게 늘어진 모양을 하고 있다. 총면적은 546㎢로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다. 누군가는 작아서 즐기고 볼 게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게 있으니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볼거리는 어떨까?
개인적으론 괌에 올 때마다 면적이 작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차를 타고 두 시간이면 해안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이유에서다. 늘 완주하는 기분이다. 놀라운 것은 두 시간 코스 안에 전혀 다른 자연과 가옥,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마주하고 즐비하게 늘어선 리조트와 호텔은 해양도시의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면 금세 대자연이 나타난다. 진짜 눈 깜짝할 순간에 주변이 바뀐다. 괌은 열대기후라서 우리나라와 식생이 전혀 다르다. 당연히 양쪽에 늘어선 자연풍광이 울창하고 이국적이다.
드라이브하며 관광지를 돌아보려면 출발은 ‘사랑의 절벽’이 좋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투몬비치가 내려다보인다. 하늘과 조화를 이룬 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서 탄성을 지르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 절벽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과거 스페인이 괌을 통치하던 시절 아름다운 차모로 여인과 이 여인을 사랑하던 청년의 이야기다. 여인은 부모에게 스페인 장교와의 결혼을 강요받고 집을 나온다. 그리고 우연히 건장한 차모로 전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인의 부모는 둘을 갈라놓으려고 노력했다. 부모를 피해 이곳 절벽까지 다다른 연인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묶고 사랑을 확인한 뒤 바다로 몸을 던졌다.
전망대에서 해안을 따라 가다 보면 세티만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부터는 큰 건물 하나 보이지 않고 열대기후 자연만 나타난다.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코스는 산 디오니시오 성당과 솔레다드 요새를 지나 이나라한 마을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자연이 만든 암석 수영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기암괴석으로 이룬 해안이 아름답다.
매혹적인 면세점과 쇼핑은 덤
한겨울 따뜻한 나라에서 휴가도 즐겼으니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저렴한 쇼핑까지 즐기면 화룡점정이다. 괌은 섬 전체가 면세지역으로 유명한 아울렛과 몰, 쇼핑센터가 많다. 기후나 풍경만으로도 천국이지만 쇼핑천국으로 불려도 손색없다.
대표적인 곳으로 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울렛인 괌 프리미어 아울렛(Guam Premium Outlets)이 있다. 줄여서 GPO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가격이 높지만, 미국령에서는 저렴한 타미힐피거, 갭, 바나나리퍼블릭, 포에버21 등이 인기가 높다. 같은 제품도 국내와 비교해 미국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면세가 적용되고 할인까지 해서 품목에 따라 60~70%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쇼핑과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영화도 보고 싶다면 마이크로네시아 몰(Micronesia Mall)을 추천한다. 이곳은 괌 최대 멀티쇼핑몰로 다양한 브랜드의 쇼핑은 물론 개봉 영화 상영관, 푸드코트 등이 밀집해있다. 가족이 흩어져서 각자 즐기다가 모이기에 딱이다.
괌에서 머무는 동안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은 케이마트(K-mart)에서 해결하면 된다.
곳곳에 각자의 특징을 살려 운영하는 쇼핑몰과 아울렛이 있으니 방문 전에 반드시 괌 정부관광청 사이트를 방문해 동선과 이동 방법을 확인하는 게 좋다. 리조트나 아울렛, 쇼핑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셔틀도 있다.
괌=글·사진 이두용 여행작가 sognomedia@gmail.com 여행 정보
괌은 워낙 인기 있는 휴양지라 항공편이 많다. 더욱이 국내 항공사 직항이 많고 가격도 저렴해 선택의 폭이 넓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서울 등이 운항 중이며 시간은 약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휴양지 특성상 리조트와 호텔의 등급과 가격 폭이 다양하니 숙소는 꼼꼼하게 비교해서 사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 면적은 크지 않으나 관광까지 고려한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시즌마다 이벤트와 축제가 있으니 방문 전 관광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