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수비수 장슬기, 도쿄행 한 발 가까이 만든 '공격본능'

베트남과 조별리그 최종전 결승포…"유럽파, 부담감 느끼지만 좋네요"
생애 처음으로 유럽 무대를 밟고 새해를 맞이한 측면 수비수 장슬기(26·마드리드 CFF)가 '공격 본능'을 뽐내며 한국 여자 축구를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에 한 발 더 가까이 보냈다. 장슬기는 9일 서귀포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도쿄 올림픽 여자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전반 23분 페널티 아크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경기의 첫 골을 터뜨렸다.

결승 골이 된 이 득점포를 비롯해 장슬기는 공수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하며 3-0 승리와 한국의 A조 1위 확정에 앞장섰다.

장슬기는 대표팀의 간판 측면 수비수지만, 유럽 무대에 진출하기 전 WK리그 인천 현대제철에서는 공격 포지션을 소화하기도 했다. A매치에서도 65경기 12골을 터뜨릴 정도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자랑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와의 경기 이후 한동안 골 맛을 보지 못하던 그는 이날 초반부터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문을 열지 못할 때 중요한 골로 모처럼 득점포를 가동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장슬기는 "갑자기 공격 본능이 살아났다"면서 "골키퍼가 나와 있는 것도 보였고,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유럽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적응 중에 대표팀에 소집된 가운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한 그는 "해외파 선배들이 너무 존경스럽다"고도 했다.

외로운 타지 생활과 길어진 이동 거리를 이겨내야 하는 데다 대표팀에 소집될 땐 기대에 걸맞은 기량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숙명을 얘기한 것이다.

그래도 장슬기는 "해외파, 정말 좋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등 유수 클럽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매 경기가 그에겐 성장의 밑거름이다.

장슬기는 "사실 오늘도 전반적인 팀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걸 보여줘야 할 때 못 보여준 적이 많은데, 이걸 넘어서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면서 "지금의 아쉬움보다는 미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다음 경기에도 선전을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