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시티 학생 오지마"…'우한 포비아'에 갈라선 지역사회

코로나 확진자 지역 '주홍글씨'
"학원·학교 등원 금지 시켜달라"

중국인 유학생도 갈등 불씨로
"찜질방·모텔 등 가기 두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 지역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한 폐렴 확진자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거나, 자가격리 대상자의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들을 다른 지역민들이 배척하면서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지역사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대학들은 기숙사 이용을 제한하고, 캠퍼스 인근 호텔 등도 중국에서 온 학생들의 숙박을 거부하고 있다.인근 학부모 항의에 ‘헬리오 금지령’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학원가에는 ‘헬리오시티(사진) 금지령’이 내려졌다. 19번 우한 폐렴 확진자의 거주지가 가락동에 있는 1만 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송파구에 있는 일부 학원은 학부모들에게 ‘헬리오시티에 거주하는 학생은 당분간 등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단체 문자를 보내 헬리오시티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등원을 막았다.
얼떨결에 등원 금지 조치를 당한 헬리오시티 거주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확진자가 한 명 발생했다고 1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 전체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송파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헬리오시티에 거주하는 학생을 배척하는 학원들의 불매운동을 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학원들은 헬리오시티 거주 학생들의 등원 금지 조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인근 지역 학부모들의 항의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방이동에 있는 한 대형 영어학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의 등원을 막으라는 학부모들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우한 폐렴 관련 항의 및 문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교육특구’ 중 한 곳인 양천구 목동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목동 학원가는 목운초 재학생을 경계하고 있다. 목운초 재학생 학부모 한 명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지역민 불안 가중시키는 중국인 유학생대학가 인근 상권을 유지하는 ‘핵심 고객’으로 불리던 중국인 유학생들도 지역사회 갈등의 불씨가 됐다. 대학들이 중국에서 들어온 학생들의 기숙사 사용을 막자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캠퍼스 주변 호텔들도 중국인 학생의 숙박을 거부하면서 춘제(설) 연휴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어디로 흩어질지 파악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서울 안암동에 사는 전모씨(30)는 “대학에서 무작정 기숙사 출입을 금지하면 인근 지역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퍼져나가는 것 아니냐”며 “집 근처 찜질방이나 모텔 등을 이용하기가 두렵다”고 털어놨다. 우한 폐렴 확진자가 세 명이나 발생한 경기 시흥시 매화동 주민들은 배달 음식도 제대로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음식점과 배달업체가 매화동으로의 음식 배달을 꺼리면서다. 시흥의 한 배달음식 전문점은 매화동에 있는 한 아파트로 주문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당분간 매화동 지역은 배달이 어렵다”고 답했다.

박종관/노유정/김순신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