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美 '영화산업 심장'을 파고들다…K무비 101년의 '쾌거'

아카데미 4관왕

사상 첫 非영어 영화로 작품상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도

한국 넘어 세계 영화사 다시 써
봉준호 '영화 한류' 선봉장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영화사를 새로 쓰면서 ‘영화 한류’의 불꽃을 댕겼다.

‘기생충’은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92년 오스카 역사상 비영어권(외국어)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할리우드 영화가 지배해온 아카데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주요 부문상을 싹쓸이함으로써 미국 등 세계에 ‘영화 한류’가 몰아칠 것으로 영화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K드라마 중심의 ‘한류 1.0’과 K팝 위주의 ‘한류 2.0’, 방송과 음악·공연이 결합된 K컬처의 ‘한류 3.0’에 이어 K무비가 가세한 ‘한류 4.0’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영화는 K팝, 드라마, 게임 등에 비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수출이 저조했다. ‘2018년 콘텐츠산업 수출통계’에 따르면 게임은 59억달러, 음악은 5억1258만달러인 데 비해 영화는 4072만달러에 그쳤다. ‘기생충’의 오스카 제패로 글로벌 영화 시장의 주류인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한국 영화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수출 담당자는 “한국 영화들의 브랜드가 올라가 수출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아카데미상은 세계인들에게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사가 외국과 합작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봉 감독의 ‘설국열차’는 오는 5월부터 미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방영되고 ‘기생충’도 드라마로 공동 제작하기로 계약했다. CJ ENM은 미국 현지업체와 10여 개 영화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와 쇼박스 등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합작영화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합작 제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