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의 'ASEAN 톺아보기' (36)] 신남방정책, 컨트롤 타워는 건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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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이 3년차를 맞고 있다. 현 정부의 대외정책 중 가장 일관성 있게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신남방정책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전반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인도를 공식 방문했고, 지난해엔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정상들이 지난 30년의 협력관계를 평가하고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 비전과 구체적 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 특히 신남방정책의 비전 및 지향점이 아세안이 추구하는 아세안 공동체 실현의 비전 및 목표와 같다는 점에 아세안이 인식을 같이함으로써 신남방정책이 추동력을 얻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신남방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갖고 시작됐는지 잠깐 살펴보자. 2015년 말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인도의 부상 등 아세안과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강대국에 대한 지나친 정치·안보·경제적 의존도를 완화하고 외교·경제관계를 다변화해 우리의 선택공간을 넓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강대국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견국(middle power) 외교’라고 할 수 있다. 또 신남방정책의 지향점이 ‘사람 중심의 평화와 상생번영의 공동체’ 구현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은 과거엔 없던 우리 외교정책의 철학과 이념을 보여준 획기적인 것이었다. 과거 한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경제적 이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고 운명공동체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책의 일관성·계속성이 중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말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소(ISEAS) 아세안센터가 동남아시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그 중요도와 영향력 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조사가 미·중 갈등과 미·중·일·유럽연합(EU) 등 강대국 관계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긴 하지만, 방문 선호국과 신뢰도 측면에서 한국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미미하긴 하지만 미·중 경쟁관계를 대체할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이 언급되고, 5세대(5G) 네트워크 기업으로서 삼성이 중국의 화웨이를 제치고 가장 높은 선호도를 점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아세안을 둘러싼 주요국의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분주하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결속과 대응’을 기치로 아세안의 통합 및 연계성 강화, 역외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미얀마를 국빈 방문해 동남아 및 인도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올초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일본의 인도·태평양 비전과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관한 관점(outlook)’ 간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을 방문해 일본의 대(對)아세안 외교정책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총 30억달러를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미·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 5주년을 맞아 다음달 1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과 '전략 대화' 강화해야
아세안 측은 신남방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관심은 신남방정책이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지속될 것이냐는 데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의 명칭 자체가 사라지거나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따라서 신남방정책은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책의 효용과 혜택이 피부로 느껴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협력 방안이 제시되고 논의됐다.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새로운 협력사업을 구상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합의한 사항들을 실천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중시해야 할 시점이다. 현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레거시’로 남을 대표적인 시그니처 사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신남방정책의 파트너뿐 아니라 역내 주요국과의 ‘전략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요동치는 국제환경 속에서 이들 국가와 전략을 조율하고 ‘조화로운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와 지적 파워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이끌어가야 할 리더십과 컨트롤타워에 미진한 점은 없는지 되짚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이 제 궤도를 잡아가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
신남방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갖고 시작됐는지 잠깐 살펴보자. 2015년 말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인도의 부상 등 아세안과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는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했다. 강대국에 대한 지나친 정치·안보·경제적 의존도를 완화하고 외교·경제관계를 다변화해 우리의 선택공간을 넓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강대국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중견국(middle power) 외교’라고 할 수 있다. 또 신남방정책의 지향점이 ‘사람 중심의 평화와 상생번영의 공동체’ 구현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은 과거엔 없던 우리 외교정책의 철학과 이념을 보여준 획기적인 것이었다. 과거 한국의 정책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경제적 이익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고 운명공동체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책의 일관성·계속성이 중요
그런데 지난해 11월 말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소(ISEAS) 아세안센터가 동남아시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그 중요도와 영향력 면에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조사가 미·중 갈등과 미·중·일·유럽연합(EU) 등 강대국 관계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긴 하지만, 방문 선호국과 신뢰도 측면에서 한국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미미하긴 하지만 미·중 경쟁관계를 대체할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이 언급되고, 5세대(5G) 네트워크 기업으로서 삼성이 중국의 화웨이를 제치고 가장 높은 선호도를 점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아세안을 둘러싼 주요국의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분주하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결속과 대응’을 기치로 아세안의 통합 및 연계성 강화, 역외 국가들과의 협력 증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월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미얀마를 국빈 방문해 동남아 및 인도양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올초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일본의 인도·태평양 비전과 ‘아세안의 인도·태평양에 관한 관점(outlook)’ 간 시너지 창출을 강조했다.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을 방문해 일본의 대(對)아세안 외교정책을 발표하고 향후 3년간 총 30억달러를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미·아세안 전략적 동반자 관계 5주년을 맞아 다음달 1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과 '전략 대화' 강화해야
아세안 측은 신남방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관심은 신남방정책이 앞으로도 일관성 있게 지속될 것이냐는 데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의 명칭 자체가 사라지거나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따라서 신남방정책은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정책의 효용과 혜택이 피부로 느껴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협력 방안이 제시되고 논의됐다.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새로운 협력사업을 구상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냉철하게 평가한 뒤 합의한 사항들을 실천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중시해야 할 시점이다. 현 정부에 주어진 시간은 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레거시’로 남을 대표적인 시그니처 사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신남방정책의 파트너뿐 아니라 역내 주요국과의 ‘전략 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요동치는 국제환경 속에서 이들 국가와 전략을 조율하고 ‘조화로운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와 지적 파워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고 이끌어가야 할 리더십과 컨트롤타워에 미진한 점은 없는지 되짚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신남방정책이 제 궤도를 잡아가고 있는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김영선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前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