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예정대로 문 연다"…'셧다운 공포' 점차 진정

'연쇄 폐쇄' 큰 타격 받았지만
유통업계 속속 정상화
<다시 문 연 롯데百 본점…열화상 카메라 운영>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10일 영업을 재개했다. 롯데 본점은 국내 23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지난 2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이후 지난 7~9일 임시휴업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유통업계는 지난 3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패닉이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은 문을 닫았고, 각종 회의는 연기되고, 사옥이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이번주 들어 유통업체가 패닉에서 벗어나고 있다. 휴장했던 매장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이달에는 대형 백화점과 면세점 개점 행사도 잡혔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공포감은 다소 진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현대·갤러리아, 대형매장 개점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20일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 면세점 개점 행사를 연다.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내에 있는 본점에 이은 두 번째 면세점이다. 두산그룹이 작년 10월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 있던 시내 면세점(두타면세점) 운영을 포기하면서 현대백화점이 인수했다.

당초 현대백화점은 서둘러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확인되자 “개점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왔다.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이후 롯데·신라 등 다른 시내 면세점에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방문하고, 몇몇 면세점이 휴업에 들어가자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개점 연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예정대로 20일 문을 열기로 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 협력사와 판매사원, 매장 인근 영세 상인 등 이해 관계자가 많아 개점을 늦추면 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경영진은 또 ‘지나친 공포감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갤러리아백화점도 28일 예정대로 광교점을 열기로 했다. 2010년 천안 센터시티점 오픈 이후 10년 만에 여는 매장이다. 연면적 15만㎡, 영업면적 7만3000㎡ 규모로, 갤러리아백화점 중 가장 크다. 백화점산업이 위축된 환경에서 ‘드물게’ 문을 여는 매장이라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 백화점 개점은 2016년 말 신세계 대구점 이후 처음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이 소비 위축과 신종 코로나 등 악재에도 개점을 강행하는 것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광교점은 ‘실험적 요소’를 많이 적용했다. 건물 외관부터 다른 백화점과 전혀 다르다. 거대한 암석의 한 단면을 형상화했다. 여기에 1층부터 12층 꼭대기 층까지 유리조각을 이어 붙인 ‘루프’가 죽 연결돼 있어 건물을 더 돋보이게 한다.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는 상식을 깨는 파격적 디자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사흘 쉬고 정상영업

신종 코로나 환자가 다녀간 뒤 문을 닫았던 대규모 매장도 속속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사흘간의 휴업을 끝내고 이날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이들 백화점과 면세점은 지난 7일 23번 환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문을 닫았다. 휴업 기간 롯데는 매장 내 방역을 11차례나 했다.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손잡이, 버튼, 쇼윈도 등을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닦았다. 사흘간 사실상 대청소를 한 셈이다.

우려했던 소비자, 직원 동요는 크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손님이 다소 적긴 하지만 기피 현상까진 아닌 것 같다”며 “환자가 다녀간 지 1주일 이상 지났기 때문에 감염 우려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20번 환자가 근무 중인 GS홈쇼핑도 이날부터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GS홈쇼핑은 6일 오후부터 8일 아침 6시까지 폐쇄했다. 8~9일이 주말이어서 업무 복귀는 사실상 10일 이뤄졌다. GS홈쇼핑 관계자는 “20번 환자와 접촉한 직원,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직원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복귀했다”고 전했다. 직장폐쇄 기간 매출 손실도 크지 않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어든 수준으로 앞으로 영업을 통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급격히 떨어졌던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감소도 점차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이마트 매장의 7~8일 이틀간 매출 감소율은 3% 수준이었다. 이달 초 10% 이상 매출이 감소한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줄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매출이 같은 기간 1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