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에 스토리 입혔더니…전국서 입소문 난 홍두당

골목 이름 딴 '근대골목단팥빵'
2015년 첫선…맛있는 집 소문
전국 22곳에 직영점 운영

상하이 임시정부처럼 꾸민 매장
배경음악 '황성옛터' 등 옛 가요
‘빵지순례.’ 빵집과 성지순례의 합성 신조어로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콘셉트 여행이다. 빵지순례가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전국의 다양한 빵집들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의 ‘근대골목단팥빵’은 군산의 ‘이성당’, 대전 ‘성심당’과 더불어 SNS에서 ‘전국 3대 빵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60년 이상 된 다른 빵집들과 달리 근대골목단팥빵은 대구에 있는 중소기업 홍두당에서 2015년 선보인 수제빵 브랜드다. 이젠 전국 22개 직영점을 운영하며 삼성 웰스토리에도 공급하는 전국구 빵브랜드로 성장했다.

“빵에 스토리를 입힌다”다소 독특한 브랜드 이름인 근대골목단팥빵은 일제강점기 전인 1906년 일본이 대구역 주변에 길을 내면서 형성된 거리인 대구 근대골목에서 이름을 땄다. 근대골목은 대구 원도심(原都心) 지역의 오래된 골목길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매장 본점도 근대골목 입구에 있다.
매일 팥을 끓여 팥소를 만든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운영하는 홍두당의 정성휘 대표가 서울 용산역 직영점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홍두당을 창업한 정성휘 대표는 “유행을 타지 않는 대중적 간식인 단팥빵에 지역 관광상품을 결합해 스토리를 담았다”고 말했다.

매일 팥을 끓여 만든 신선한 팥소를 사용한다. 팥 알갱이가 살아 있어 달지 않고 식감도 좋다. 팥소를 가득 채운 모단단팥빵은 중장년층에 인기가 많고, 젊은 세대는 생크림단팥빵을 선호한다. 지역 특산 메뉴로 개발된 야프리카빵은 여름이 무척 더운 대구를 일컫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와 야채빵을 합친 이름이다. 속재료에 들어가는 채소는 대구 농산물을 주로 쓴다.

매장 인테리어는 ‘근대’ 스토리가 잘 전달되도록 복고풍으로 꾸몄다.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콘셉트로 한 매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준다. 매장의 배경음악으론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같은 옛 대중가요를 튼다. 그래서 매장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북적인다.
“‘K디저트’ 대표브랜드로 키운다”

근대골목단팥빵이 전국 주요 백화점의 식품매장에 입점하는 등 제빵사업이 연착륙하자 정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연 매출의 절반가량인 50억원을 투자해 본점이 있는 근대골목 입구에 복합 문화관광공간을 짓고 있다. 330㎡ 규모 건물에서 식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정 대표는 “강점을 보이는 수제 팥소를 기반으로 팥라떼, 팥쌍화차, 팥우유 등 기발한 한국식 디저트를 선보이겠다”며 “근처에 있는 약령시장과 협력해 식자재를 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엔 기업 간(B2B) 사업에 진출했다. 음식 스타트업 쿠캣에서 출시한 ‘고구마빵’은 21회 연속 완판되며 25만 개 팔렸다. 마켓컬리에도 입점했으며 내달부터 삼성 웰스토리에 공급한다. 내년엔 스타트업을 설립해 미국시장에 뛰어든다. ‘K디저트’로 외식의 메카인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대구 토박이인 정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공부했다. 첫 창업은 부산의 씨앗호떡과 어묵을 판매하는 ‘호오탕탕’이었다. 은행 대출을 받아 2012년 부산역에 1호점을 냈고 매장은 순식간에 열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초보 창업가에게 가맹사업은 녹록지 않았고 관리도 어려웠다. 2년 반 만에 사업을 접은 뒤 절치부심해 재도전한 게 근대골목단팥빵이다. 그는 “민간 차원의 한식 디저트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