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파울 클레 '노란 새들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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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현대 추상화를 개척한 독일 화가 파울 클레(1879~1940)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대상의 군더더기를 던져버리고 단순한 모형과 간단한 색채로 그림 속에 삶의 본질을 풀어내고 싶어 했다. 당시는 아돌프 히틀러가 전쟁을 벌이고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클레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많이 남겼다.
클레가 1923년 완성한 ‘노란 새들이 있는 풍경’은 숲속의 밤 풍경을 동화처럼 묘사한 작품이다. 어두운 숲속에 신기하게 생긴 다양한 색의 식물들이 흔들리듯 서 있다. 일곱 마리의 노란 새는 숲속 여기저기에서 지저귄다. 어떤 새는 구름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어떤 새는 예쁜 꽃잎 위에 살포시 앉아 노래를 부른다. 거대한 밤은 노란 새들에게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다양한 색감의 식물에는 몽상적인 그림자 역할을 한다. 춤추는 식물, 노래하는 새들과 어두운 밤이 선율처럼 변주되며 크고 작은 진동으로 공명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상상의 세계를 구현한 대가의 묘기가 흐드러지게 녹아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