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4관왕 '기생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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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상영관 2000개로 2배 늘어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한 ‘오스카 제패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와 영국에서 ‘기생충’ 상영관 수가 대폭 늘어나고, 국내에서는 관련 서적 및 콘텐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非영어영화 개봉일 매출 1위
영화 각본집·스토리북 세트 '불티'
11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날까지 북미에서 3553만달러(약 421억원), 전 세계에서 1억6542만달러(약 1959억원)의 관람권 판매 수입을 거뒀다. 북미에서 거둔 수입은 지금까지 북미에서 개봉한 비(非)영어 영화 중 6위에 해당한다. 5위인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0만달러)를 조만간 따라잡을 전망이다. 통상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20% 안팎 뛴다. 지난해 ‘그린북’은 작품상 수상 이후 매출이 18%(1500만달러)가량 늘었다. 2012년 ‘아티스트’는 29%, 2017년 ‘문라이트’는 각각 20% 뛰었다.일부 박스오피스 전문가는 ‘기생충’이 이전 영화 이상의 매출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언론이 ‘기생충’ 오스카 석권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번 주말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오스카 효과를 노리고 현재 1060개인 상영관 수를 이번 주말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영국에서도 ‘기생충’ 붐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영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첫 주말에 140만파운드(약 21억4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영국의 비영어 영화 개봉일 매출로는 최고라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영국 배급사 커존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이달 말 ‘기생충’ 흑백판이 극장에 내걸린다. 배급사인 CJ ENM 관계자는 “봉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한 장면씩 콘트라스트(대조)와 톤을 조절하는 작업을 거친 작품”이라며 “컬러 영화와는 색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기생충 특별전’도 시작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이달 25일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권을 판매한다.봉 감독이 직접 쓴 각본과 직접 구성한 스토리보드 등을 담은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북 세트》(플레인·사진)도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예스24 온라인서점에선 전날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이 책이 하루 만에 1110권 팔리며 당일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발표가 있던 지난달 6일 하루 판매량 16부에 비해 69배 늘었다.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주문형비디오(VOD)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는 ‘기생충’이 인기 다운로드 한국 영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알라딘에서는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기생충’ 각본집 세트 판매량이 급증해 이후 여섯 시간 동안 약 350권 판매됐다. 교보문고에서는 인터넷교보문고 기준 하루 평균 10권가량 팔리던 책이 10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후 1시까지 1100권 판매됐다. 영풍문고는 전국 오프라인 서점에서 ‘봉준호 기획전’을 연다. 각본집 세트 및 영화 ‘마더’의 촬영 현장 사진과 히스토리가 담겨 있는 《메모리즈 오브 마더》 등을 한자리에 모아 놓을 예정이다.
유재혁/은정진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