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봉준호가 옮긴 '스코세이지 명언' 출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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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상 수상소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
평론가가 쓴 스코세이지 관련 책에 유사 표현…봉준호식 축약?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기자 =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를 홀린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힐 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인용한다며 소개한 말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로 통역됨).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 후 카메라는 봉 감독과 경합한 감독상 후보로서, 고배를 마신 스코세이지 감독을 비췄다.
청중들은 일제히 '노장'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는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답례했다. 승자의 겸손과 선배 거장을 향한 존경심을 보여주면서, 한국 영화인에게 축제의 최상석을 내준 미국 영화인들이 느꼈을 법한 '허전함'을 채워준 이 장면은 시상식의 백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상식후 국내 네티즌은 곧바로 봉감독이 인용했다는 스코세이지의 말을 찾아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스코세이지 어록을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 후 봉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미국 현지 회견에서 "데이비드 톰슨이 쓴 책에서 제가 밑줄을 쳤던 문구"라고 '주석'을 추가했다. 봉 감독이 언급한 데이비드 톰슨의 책은 톰슨이 이언 크리스티와 함께 펴낸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scorsese on scorsese)다.
영국의 영화 평론가인 톰슨과 크리스티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강연과 인터뷰를 뼈대로 해서 스코세이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내용을 덧붙인 책이다. 한국에서 '비열한 거리-마틴 스콜세지: 영화로서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1994년 출판된 이 책에는 봉 감독이 언급한 내용과 일치하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저자들(펴낸이)이 쓴 이 책의 서문에 봉 감독이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은 등장한다.
"존 카사베테스(1950~80년대 활동한 미국 배우 겸 감독)의 예가 그(스코세이지)에게 보여주었다시피 영화는 개인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자원을 사용할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관된 작가성에 대한 집착이 있을 때 영화 작가에게 있어 어떤 제스처와 대사 한 줄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참된 것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것이 스코세이지가 직접 한 말을 저자들이 옮긴 것인지, 스코세이지의 말을 토대로 저자들이 해석을 붙여 쓴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또 "스코세이지 영화의 내러티브는 할리우드적인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켜 준 적이 거의 없다"며 "이는 그가 자신의 형성기인 1960년대에 품었던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아울러 "스코세이지가 만든 것이면 무엇이든 개인적인 동기 부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저자들의 평가도 책에 나온다.
스코세이지가 직접 한 말도 이 책에 소개돼 있다.
스코세이지는 "현재 영화산업은 비즈니스맨들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내가 개인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나도 돈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를 번역해 국내서 출판한 영화평론가 임재철 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스코세이지는 자신이 비록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지만 그 안에서도 '영화작가'로서 퍼스널(Personal·개인적)한 것을 하려 한다는 내용이 책에 있는데 봉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그것을 약간 바꿔서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스코세이지는 다른 계기에 영화 작업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로랑 티라르가 쓴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라는 책에 나오는 인터뷰에서 스코세이지는 "영화의 관점이 명확하고 개인적일수록 그 영화의 예술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스코세이지 감독은 작년 11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기고문에서 최근 제작된 영화들에 대해 "영화(시네마)에 있어 핵심적인 어떤 것이 결여돼 있다"며 그것은 "한 예술가 개인의 통합된 시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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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가 쓴 스코세이지 관련 책에 유사 표현…봉준호식 축약?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기자 =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를 홀린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힐 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인용한다며 소개한 말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로 통역됨).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그 말은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발언 후 카메라는 봉 감독과 경합한 감독상 후보로서, 고배를 마신 스코세이지 감독을 비췄다.
청중들은 일제히 '노장'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는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답례했다. 승자의 겸손과 선배 거장을 향한 존경심을 보여주면서, 한국 영화인에게 축제의 최상석을 내준 미국 영화인들이 느꼈을 법한 '허전함'을 채워준 이 장면은 시상식의 백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상식후 국내 네티즌은 곧바로 봉감독이 인용했다는 스코세이지의 말을 찾아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스코세이지 어록을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그 후 봉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미국 현지 회견에서 "데이비드 톰슨이 쓴 책에서 제가 밑줄을 쳤던 문구"라고 '주석'을 추가했다. 봉 감독이 언급한 데이비드 톰슨의 책은 톰슨이 이언 크리스티와 함께 펴낸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scorsese on scorsese)다.
영국의 영화 평론가인 톰슨과 크리스티가 스코세이지 감독의 강연과 인터뷰를 뼈대로 해서 스코세이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내용을 덧붙인 책이다. 한국에서 '비열한 거리-마틴 스콜세지: 영화로서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1994년 출판된 이 책에는 봉 감독이 언급한 내용과 일치하는 표현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저자들(펴낸이)이 쓴 이 책의 서문에 봉 감독이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내용은 등장한다.
"존 카사베테스(1950~80년대 활동한 미국 배우 겸 감독)의 예가 그(스코세이지)에게 보여주었다시피 영화는 개인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기술적이고 산업적인 자원을 사용할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관된 작가성에 대한 집착이 있을 때 영화 작가에게 있어 어떤 제스처와 대사 한 줄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나온다는 주장이 참된 것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것이 스코세이지가 직접 한 말을 저자들이 옮긴 것인지, 스코세이지의 말을 토대로 저자들이 해석을 붙여 쓴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또 "스코세이지 영화의 내러티브는 할리우드적인 기준을 제대로 충족시켜 준 적이 거의 없다"며 "이는 그가 자신의 형성기인 1960년대에 품었던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아울러 "스코세이지가 만든 것이면 무엇이든 개인적인 동기 부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저자들의 평가도 책에 나온다.
스코세이지가 직접 한 말도 이 책에 소개돼 있다.
스코세이지는 "현재 영화산업은 비즈니스맨들에 의해 주도되는 만큼 내가 개인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나도 돈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를 번역해 국내서 출판한 영화평론가 임재철 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스코세이지는 자신이 비록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만들게 됐지만 그 안에서도 '영화작가'로서 퍼스널(Personal·개인적)한 것을 하려 한다는 내용이 책에 있는데 봉 감독이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그것을 약간 바꿔서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코세이지 온 스코세이지'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스코세이지는 다른 계기에 영화 작업에서 차지하는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로랑 티라르가 쓴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라는 책에 나오는 인터뷰에서 스코세이지는 "영화의 관점이 명확하고 개인적일수록 그 영화의 예술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스코세이지 감독은 작년 11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기고문에서 최근 제작된 영화들에 대해 "영화(시네마)에 있어 핵심적인 어떤 것이 결여돼 있다"며 그것은 "한 예술가 개인의 통합된 시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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