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플립, 펼치면 6.7인치 大화면·접으면 주머니 '쏙'…가격도 크기도 '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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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두 번째 폴더블폰“(세계 스마트폰)업계 판도를 바꾸겠다.”
'갤럭시Z플립' 써보니…
한 손으로 감쌀 크기
신소재 유리 사용해 주름 없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새 사령탑 노태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의 말이다. 시장 판도를 뒤집을 전략 중 하나가 폴더블(접는)폰이다. 삼성전자가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은 갤럭시폴드에 비해 가격을 확 낮췄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휴대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경쟁사인 애플은 출시 계획조차 밝히지 못한 폴더블폰 대중화를 선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두 번째 폴더블폰, 뭐가 달라졌나
이날 신제품 공개 행사에 앞서 1시간가량 갤럭시Z플립을 써봤다.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6.7인치(대각선 기준)로 일반적인 대화면 스마트폰과 비슷했다. 갤럭시폴드(7.3인치)보다 작지만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10플러스(6.4인치), 갤럭시S10(6.1인치)보다 컸다. 화면을 접으니 성인 남자가 한 손으로 감싸쥘 수 있는 크기로 포개졌다. 바지 뒷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정사각형 형태다.무게도 183g으로 갤럭시폴드(263g)보다 약 30% 가벼웠다. 이날 함께 공개한 갤럭시S20울트라(221g)와 애플의 아이폰11프로맥스(226g) 등 화면 크기가 비슷한 최상급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무게가 20%가량 덜 나간다.동영상을 촬영하다 화면을 120도로 접으니 화면이 자동으로 둘로 나눠졌다. 화면을 위로 ‘스윽’ 밀어냈더니 셀피 촬영 모드로 바뀌었다. 삼각대 없이도 동영상 촬영과 영상통화가 가능했다.
위아래 화면은 70도와 110도 사이의 각도에서 고정할 수 있었다. 화면을 접은 상태에서 날씨, 시간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1.1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창도 있다. 전원버튼을 두 번 누르니 곧바로 카메라 촬영 모드로 바뀌었다. 접힌 상태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폴더블폰 대중화 이끈다스펙(제품 성능)은 철저하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졌다.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퀄컴의 최신형 ‘스냅드래곤 865’ 대신 이전 세대 모델인 ‘스냅드래곤 855’를 채택했다. 위아래 배터리를 합친 용량은 총 3300㎃h(밀리암페어시)로 지난해 나온 갤럭시S10과 비슷했다. 최근 대세가 된 트리플 카메라 대신 1200만 화소 표준 카메라와 초광각 카메라로 구성된 듀얼 카메라를 장착했다. 5세대(5G) 이동통신도 지원하지 않는다.
가격은 165만원으로 떨어뜨렸다. 갤럭시폴드(239만8000원)보다 75만원(30%)가량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 모토로라가 내놓은 조개껍데기 형태의 폴더블폰 ‘레이저’(1500달러)와 비교해도 100달러가량 싸다.
생산과 판매 전략도 지난해 갤럭시폴드 때보다 정교해졌다.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제품 판매에 나선다. 내달 한국 등에서 미국 유명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 ‘톰브라운’ 디자인을 채용한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도 판매한다.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가 휴대폰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여성 소비자로 타깃층을 확대했다”며 “지난해 폴더블폰의 시장성을 확인했다면 올해는 폴더블폰으로 돈을 버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모바일 시장 주도권 다진다
삼성전자는 세계 폴더블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형태와 성능을 갖춘 라인업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엔 갤럭시폴드의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갤럭시폴드2’를 내놓는다. 폴더블폰 형태의 갤럭시노트, 화면을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등도 개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폰 판매량은 올해 800만 대에서 2025년 1억 대로 커질 전망이다.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해온 애플은 올해도 폴더블폰을 출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 화웨이가 주춤하는 사이 차세대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갤럭시S20 시리즈를 모두 5G폰으로 선보인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샌프란시스코=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