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용 필터 주문 10배 폭증…공장 풀가동해도 역부족"

국내 최대 생산업체 웰크론 음성공장 가보니

월 생산량 30t서 50t까지 늘려
하루 100통 이상 주문 전화
신규 공급처 전화는 아예 거절
지난 11일 웰크론 충북 음성 공장의 근로자들이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인 멜트블로운을 옮겨 싣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한 달 동안 마스크 2000만 장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의 멜트블로운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충북 음성 웰크론의 부직포 생산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필터로 사용되는 ‘멜트블로운’이란 부직포를 생산하는 기계 세 대가 쉴새 없이 가동하고 있었다. 부직포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250도 이상에서 녹인 뒤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섬유가 촘촘하게 엉겨붙는다. 녹이고(멜트·melt) 날려보낸다(블로운·blown)는 의미에서 공법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생산한 부직포는 롤에 감아 30㎏ 정도가 됐을 때 끊은 다음 마스크 제조업체로 보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 공장은 24시간 3교대 ‘풀 가동’ 중이다. 생산량도 지난달 30t에서 이달 50t까지 늘렸다. 웰크론 음성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는 조연준 기술마케팅팀 부장은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잡았지만 수요를 맞추긴 역부족”이라고 전했다.이달 들어 주문량 10배 급증

웰크론은 마스크 필터용 멜트블로운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선 웰크론을 비롯한 6개 업체가 멜트블로운을 생산한다. 국내 마스크 제조 공장들은 국내 공장 생산분과 중국으로부터 멜트블로운을 수입해 마스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한 지난달 말부턴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멜트블로운은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핵심 원인 중 하나다. 쌓아둔 재고를 판매할 수 있는 다른 마스크 부자재와 달리 멜트블로운은 모두 ‘주문 제작’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음성 공장 한쪽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원래도 재고를 쌓지 않지만 요즘은 생산하는 족족 가져간다고 했다.

조 부장은 “국내 마스크 제조 업체마다 요구하는 필터 크기나 성능이 제각기 다르다”며 “주문을 받은 다음에야 생산이 이뤄지는 구조여서 수요가 급증한 만큼 공급이 빠르게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 이후 조 부장의 휴대폰 배터리는 20% 이상 충전된 상태를 유지하질 못한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멜트블로운을 공급받으려는 업체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100통 이상 빗발쳤기 때문이다. 조 부장은 “기존 공급처는 재고를 확보하려고 10배 이상 주문량을 늘렸다”며 “기존 공급처 주문량만 합산해도 생산 능력의 세 배인 150t에 육박해 신규 공급처 전화는 아예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공급 부족에도 출고가 올리지 않아”

멜트블로운의 용도별 생산 비중도 기존 공기청정기에서 현재 마스크 필터용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멜트블로운 생산량 가운데 25%만 마스크 제조용으로 쓰였지만 현재 70%까지 비중이 높아졌다. 음성 공장에서 한 달 동안 생산하는 멜트블로운 50t은 마스크 2000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웰크론은 멜트블로운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 있다. 기존 거래업체와의 신뢰관계 때문이다. 조 부장은 “제조기업의 출고가는 시장상황을 빠르게 반영하기 어렵다”며 “마스크 가격 급등은 설 연휴 동안 한국의 마스크를 고가에 사들여 중국으로 가져간 보따리상과 일부 국내 유통업자의 매점매석이 합쳐진 결과”라고 꼬집었다.웰크론은 필터 수요를 지켜보며 당분간은 늘어난 생산량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증설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마스크 대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려워서다. 2~3개월 전만 해도 마스크 시장은 공급이 넘쳐났다. 마스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마스크 생산에 나선 공장이 크게 늘었지만 지난가을 미세먼지가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마스크 생산공장은 2018년 말 97곳에서 지난해 174곳으로 급증했다.

조 부장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마스크 시장에선 살 사람을 찾지 못해 가격이 원가 미만까지 떨어졌다”며 “섣불리 증설을 검토하기보다는 현재로선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