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공전 궤도 빙하기 아닐 때도 탄소 순환에 영향

이암층 화학물질 분석 비빙하기 공전궤도 영향 확인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 궤도는 최근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오가는 주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빙하기가 아닐 때도 지구의 탄소 순환과 기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퇴적학 조교수 미차 루울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웨일스의 고대 이암(泥岩)층에서 이를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밝혔다.

고대 이암층의 화학물질을 분석해 지구 공전궤도의 주기적 변화가 약 2억100만년 전 지구 생물종의 80%가 사라진 트라이아스-쥐라기 대멸종과 약 1억8천300만년 전 바다의 산소가 고갈된 토아르시움 해양 무산소 사건(OAE) 때와 그 사이의 탄소 순환 및 지구기후 변화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당시 지구공전 궤도의 변화에 더해 많은 양의 온실 가스를 바다와 대기로 내뿜은 화산 활동도 탄소 순환과 지구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두 멸종사건 사이의 약 1천800만년 간 지구의 탄소 순환은 지속적인 변화 상태에 있었다면서 지구 공전궤도의 주기적 변화는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양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탄소 순환은 물론 지구 기후와 환경에도 충격을 줬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최근에 빙하 주기를 야기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먼 옛날에 지구 온도가 오른 비 빙하기에도 외부 메커니즘이 탄소 순환을 작동하고 조절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지구 공전궤도 변화가 빙하기뿐만 아니라 빙하기가 아닐 때도 지구의 탄소순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지구의 공전궤도와 태양계 시스템으로 볼 때 지구는 빙하기로 들어서야 하지만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로 자연에 의한 탄소순환이 방해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급속한 온난화를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울 박사가 참여하는 국제 연구팀은 주요 대멸종 사건으로 이어진 과정을 더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조만간 지하 1㎞ 깊이까지 시추공을 박아 기후와 환경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암석 샘플을 채취해 연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