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일정 못 잡는 기업…AI 채용설명회 몰린 인사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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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취업시장 풍경“아직 상반기 공채 일정이 안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SW역량테스트 연기
수만명 모이는 인적성검사 대신
AI역량검사 부상…기업들 관심
롯데그룹 인사 담당 임원의 ‘3월 공채’에 대한 설명이다. ‘채용 일정이 언제쯤 정해질 것 같냐’는 질문에도 “그 또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롯데는 매년 3월 대학 개강 시기에 맞춰 그룹 공채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채용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삼성 SK LG 등 다른 주요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 공채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4월 주말마다 치러지는 인·적성검사 일정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채용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정된 시험과 교육을 연기한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15일 시행 예정이었던 소프트웨어(SW) 역량 테스트를 다음달로 연기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6일 시행 예정이었던 신입사원 합동교육을 연기했고, LG그룹도 신입사원 합동교육을 일단 보류했다.
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못 잡는 가운데서도 유독 인사담당자들이 몰리는 곳이 있다. 지난 5~6일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 지하 1층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인공지능(AI)역량검사 설명회’다. 이틀간 열린 이 행사에는 국내외 기업 인사담당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사전 신청자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의자를 추가로 놔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서도 인사담당자들이 몰린 이유는 ‘AI역량검사’가 대규모로 운집하는 인·적성검사를 대체할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AI역량검사 솔루션은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와 웹카메라, 헤드셋 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시험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춘 AI 채용 도입을 회사에서 검토 중”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채용 솔루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지난해 200여 개 기업이 AI역량검사를 통해 채용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