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인이면 주가 못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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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銀·한전·가스公 등 상장 공기업 10년來 최저 수준 추락정부가 대주주인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가 하염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대부분 10년 이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주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어엿한 시장형 공기업인데도 정부가 정책적 목적 달성에 과도하게 동원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해 주주가치를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은행주 꿋꿋한데, 기업은행만 거꾸로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은행은 100원(0.94%) 내린 1만5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서 11.0%, 최근 1년 동안 24.5% 하락했다. 10년 전 주가(1만3000원)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25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하는 등 이익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올린 덕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꿋꿋하게 움직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주주들 '불만 폭발'
증권가에선 기업은행 최대주주가 정부(지분율 53.2%)인 점을 약점으로 꼽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영업 지원을 위한 노마진 저금리 대출과 민영화에 대비한 공격적인 금리 경쟁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책은행인 만큼 어느 정도의 공공기능 수행은 불가피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이 강조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주가 상장 이후 최저 수준정부가 지배주주로 있는 다른 상장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최근 1년 동안 25.4%, 10년 동안 41.3% 하락했다. 2010년 1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분이 34.6%인 까닭에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야 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 서민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2015년 이후 난방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탓에 2018년 2265억원 순손실에 이어 작년에 적자가 이어졌다.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1989년 상장 이후에도 정부가 18.2%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매번 정책적 수단에 한전을 동원하면서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 여름철 한시 전기료 인하나 고효율 가전제품 할인에 전력기금 동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력기금은 한전 이익을 떼내 마련한다.
현 정부 들어선 탈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한전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9323억원 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한전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시장기업이고 외국인 지분율도 25%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익에 직결되는 전기료 인상조차 정부 인가를 얻어야 한다”며 “일반 주주 입장에선 투자할 이유를 찾기 힘든 기업”이라고 꼬집었다. 한전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1년간 23.9% 하락했다.“시장형 공기업 주주가치 훼손 안 돼”
전문가들은 이들 공기업·공공기관이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될 수는 있지만 일단 증시에 상장했다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한다. 박한준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소장은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사라면 정부 뜻대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에선 소액 주주의 주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상장 공기업·공공기관에서 나타나는 공익성과 수익성의 충돌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경영 구조도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 부소장은 “이들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 선임, 이사회 구성, 경영 평가, 감독, 예산 편성과 집행, 인력, 조직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일반 기업처럼 경영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특히 같은 상장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의 주가가 더 부진했다. 한국전력이 최대주주인 한전KPS는 10년 전보다는 주가가 24.2% 떨어졌지만 최근 1년 동안 9.7% 오르며 반등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앙정부가 요금 등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 데다 일반 기업처럼 수익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