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에 빠진 이탈리아…작년 출산율 1.29명 100년만에 최저

총인구 6천31만명으로 5년 연속 감소…대통령 "국가 존립 위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최악의 인구 위기에 직면했다. 11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통계청은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총인구가 6천31만7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6천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19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줄곧 인구가 늘어 2015년 6천80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후 5년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절벽 현상에 부딪혔다. 문제는 이민 유입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의 자연 감소분이 크다는 것이다.

작년 이탈리아 출생아 수는 43만5천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년보다 5천명 더 준 수치다. 출산율도 1.29명으로 1918년 이래 가장 낮았다.

반면에 작년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1만4천명 증가한 64만7천명으로 출생자 수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대비 출생자 수도 10년 전 100명당 96명에서 작년에는 67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기대 수명은 여성 85.3세, 남성 81세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인구 위기는 안 그래도 장기 침체에 빠진 이탈리아 경제에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년째 '제로 성장률'을 보이는 이탈리아 경제가 인구 감소로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르조 마타렐라(78) 대통령은 이날 통계청 수치를 언급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출산율 감소는 가족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우리 사회 구조를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 정부는 저소득 부부를 대상으로 출산 첫해 매달 최대 160유로(약 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저출산 대책을 내놨으나 이것만으로는 인구 절벽을 막기가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