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글로벌 흥행몰이…리안 감독 '와호장룡'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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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시장 강타한 '오스카 4관왕' 효과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판도를 바꿔놓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오스카 수상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에서 흥행몰이하면서 비(非)영어권 영화 북미 역대 박스오피스 1위인 ‘와호장룡’의 세계 흥행 성적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북미서 흥행 수입 3669만달러
非영어권 영화 중 역대 6위
세계 흥행 실적 1억6658만달러
'와호장룡' 2억1300만弗 바짝 추격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12일(현지시간) “오스카 수상으로 역사에 남을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으면서 사람들은 ‘기생충’의 흥행 열기에 편승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들이 봉 감독의 아카데미상 석권을 주시하며 영화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들은 ‘기생충’의 성공이 글로벌 영화의 문을 열 것으로 본다”며 “이들은 할리우드 바깥에서 제작된 영화들도 세계적인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소개했다.
2000년 개봉한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북미 1억2807만달러, 전 세계에서 2억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비영어권 영화로는 북미 최고 흥행 기록을 갖고 있다. 13일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이날까지 북미에서 흥행 수입 3669만달러로, 비영어 영화 중 북미 지역 역대 6위에 올라 있다. 전 세계 흥행 실적은 1억6658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 다음날인 지난 10일 5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12위에서 4위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11일에도 전날보다 31% 증가한 66만1099달러(약 7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이틀째 4위를 지켰다. 미국 영화예매 사이트 판당고에 따르면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 직후 온라인 영화 티켓 판매량이 네 배로 급증했다.‘기생충’은 지난해 10월 북미 개봉 당시 3개 관에서 최근 1060개 관으로 늘었다.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이번 주말 상영관을 2000개 관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생충’의 북미 지역 최종 흥행 성적이 역대 2위인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세운 5756만달러를 무난히 추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과 일본, 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도 흥행 붐이 일고 있어 ‘와호장룡’의 글로벌 매출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은 지난 7일 영국에서 개봉한 뒤 시사회 등을 포함해 첫 주말에 140만파운드(약 21억4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영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오프닝 성적으로는 최고였다. 영국 배급사 커존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119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독일(380만달러)과 멕시코(390만달러), 러시아(150만달러)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수상 다음날인 지난 11일 하루에 15만6858유로(약 2억원)를 쓸어 담으며 현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기생충’이 이탈리아에서 벌어들인 총수입은 255만9976유로(약 33억원)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기생충’의 일본 내 누적 매출은 16억엔(약 171억원)에 이른다.
미국 미디어그룹 코헨의 최고경영자(CEO)인 찰스 코헨은 ‘기생충’의 세계적인 흥행 열기에 대해 “‘기생충’은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독일의 독립 배급사인 코흐 필름도 “‘기생충’의 잠재력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기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기생충’은 유럽과 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까지 202개국에 팔려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 총 67개국에서 개봉됐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재개봉해 지난 12일 하루 동안 1만2601명을 모아 흥행 5위에 랭크됐다. 이달 26일에는 흑백판을 개봉할 예정이어서 국내 흥행 매출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