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출 대표 "NGS 암 진단 세계 최고…30분 만에 유전자 분석하고 리포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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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혁신적인 체외진단 제품으로 글로벌 정밀의료시장을 선도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키워가겠습니다.”
KT 사내벤처 1호로 출발
클라우드 기반 유전체 분석 사업
암 진단에서 경쟁력 있다고 판단
2015년 10월 엔젠바이오 창업
최대출 엔젠바이오 대표(48)의 포부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진단 전문 바이오벤처인 엔젠바이오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15개 대형 의료기관에 NGS 기반 정밀진단 시약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한 데 이어 프랑스 병원, 싱가포르국립대 등 해외 고객도 잇따라 확보했다. NGS 진단패널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다. 이 회사는 아시아 최초로 유럽에서 NGS 진단패널 허가를 받았다.○KT 사내벤처 1호
제주가 고향인 최 대표는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다. 첫 직장은 PCS 통신회사 한솔엠닷컴이었다. 통신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최 대표의 인생 항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솔엠닷컴이 KT 자회사였던 KTF에 합병되고서다. 신사업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 모바일뱅킹 초창기 버전인 M파이낸스 서비스가 최 대표의 작품이다. 프로그램 개발부터 상용화, 마케팅까지 이끌었다. 일종의 소사장이었다.빅데이터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읽은 것도 이때다. 통화 중 걸려온 전화번호를 문자로 알려주는 캐치콜 서비스 개발을 맡으면서다. 월정액 500원을 부담하는 유료서비스였지만 당시 가입자가 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최 대표는 가입자 70만 명의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캐치콜 가입자는 통화량이 늘어 휴대폰 요금을 더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회사가 대대적인 캐치콜 가입 이벤트를 벌였고 가입자가 400만 명으로 늘었다”며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2010년 KT 신사업전략팀장을 맡은 최 대표는 바이오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으라는 임무를 받았다. 유전체 데이터 분석 사업에 뛰어든 계기다. 그는 “KT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하면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구축한 클라우드 기반의 유전체 데이터 분석 서비스는 국내 바이오연구소, 의과대학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한 사람의 유전체 데이터가 100기가바이트(GB)에 이르는 대용량이다 보니 일반 PC로는 분석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KT는 2012년 최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사업팀을 사내벤처 1호로 지정했다.○IT-바이오 융합한 차세대 진단 기술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유전자의 염기서열 데이터를 수집·분석·관리·활용하는 분야다. 컴퓨팅 기술 발달 등으로 인간 유전체 분석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은 물론 예방의학, 맞춤의학 등에도 활용된다.
최 대표가 진단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창업 1년 전인 2014년이다. 바이오인포매틱스 사업에 집중하던 그는 분석 속도 등에서 차별화된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질병 진단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과감하게 암 진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통신사인 KT 내에 암 진단 실험실을 갖추기가 여의치 않았다. 2015년 10월 창업하게 된 배경이다. 체외진단 바이오벤처 젠큐릭스와 KT가 각각 1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사업을 이끌던 최 대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 분석 전문가 등 4명이 의기투합해 엔젠바이오에 승선했다.엔젠바이오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NGS 기반 진단 회사는 많지 않았다. 스위스 소피아제네틱스 등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세운 디엑솜이 설립된 것도 2년 뒤인 2017년이다. 최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축적한 덕분에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암을 정밀진단해주는 진단패널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젠바이오는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을 진단하는 ‘브라카아큐테스트’를 2016년 개발했다. NGS 기반 첫 진단패널 제품이다. 이듬해 6월에는 유럽에서 체외진단의료기기로 인증을 받았다. 아시아 최초였다. 그해 12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NGS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
엔젠바이오의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속도다. NGS 분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대개 2~3일이 걸린다. 하지만 엔젠바이오는 30~40분이면 데이터 분석부터 리포트 작성까지 완료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과 분석을 최적화해 분석 시간이 짧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정확도다. 엔젠바이오는 데이터 분석을 모두 자동화하고 에러 보완 기능도 적용했다. 머신러닝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도 없어지게 된다. 리포트 작성도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처리해 작성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도도 높였다.
셋째는 분석 소프트웨어다. 그동안 축적해온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이 농축된 유전체 데이터 분석 자동화 프로그램을 진단시약과 함께 제공한다. 의료진은 개인 컴퓨터로 유전체 분석 결과는 물론 돌연변이 유전자에 맞는 치료제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 대표는 “NGS 시약과 패널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경쟁사들과 달리 유전자 자동분석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해 의료진이 더 수월하고 빠르게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대상도 유방암, 혈액암, 고형암, 골수이식 적합성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유방암과 자궁암 정밀진단제품 ‘브라카아큐테스트’, 혈액암 진단제품 ‘HEME아큐테스트’, 위암 폐암 대장암 등 고형암 진단제품 ‘솔리드큐테스트’ 등은 판매 중이다.
엔젠바이오는 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골수이식 적합성 검사 제품인 ‘HLA아큐테스트’, 개발이 완료된 개인 DNA 검사 제품인 ‘ID아큐테스트’ 등은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범죄자 DNA나 친자 확인에 쓰이는 ID아큐테스트는 브라질 파키스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제품 경쟁력도 자신한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브라카(BRCA) 유전자의 경우 엔젠바이오의 브라카아큐테스트 정확도는 99%다. 멀티플리커(95%) 큐아젠(95%) 스위프트(94%) 등 미국과 유럽 제품보다 정확도가 높다. 최 대표는 “NGS 진단제품 경쟁력은 변이 유전자를 정확하게 추출하는 능력과 시약 성능에 달려 있다”며 “성능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엔젠바이오는 국내 대형 의료기관 15곳을 고객으로 확보한 데 이어 프랑스 파리 근교 레임병원과 싱가포르국립대에도 진단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그는 “NGS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인 소피아제네틱스를 제치고 싱가포르국립대에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 추진
NGS시장 전망은 밝다. 돌연변이가 많은 암 진단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NGS 진단을 통한 암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 대비 혈액암은 3배, 고형암은 2.5배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희귀질환도 3배 높았다.
국내 NGS 진단 시장 규모는 500억원 안팎이다. 글로벌 시장은 국내의 80~90배 규모다. NGS는 암 진단 등 특정 영역에서 PCR보다 장점이 많다. NGS는 여러 개 돌연변이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지만 PCR은 하나씩 일일이 검사해야 한다.
엔젠바이오는 동반진단도 시작했다. 유방암 표적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동제약에 20억원어치의 동반진단 패널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27억원을 투자해 엔젠바이오 지분 5%를 확보하기도 했다.엔젠바이오는 지난해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55억원이다.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한다. 최 대표는 “올 상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연말께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