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액 700만원' 봉화도 신생아 감소…"돈만으론 출산율 못 높여"
입력
수정
지면A4
대한민국은 수당천국 (3)·끝
도 넘은 출산장려금 경쟁
지자체 앞다퉈 인상 경쟁
출산과 따로 노는 출산장려금
![지방자치단체들이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출생아 수는 늘지 않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3819명으로 1년 전보다 1482명 줄었지만 출산장려금 예산은 지난해 3477억원으로 22.6% 늘어났다. 서울 한 병원의 신생아실 모습.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758421.1.jpg)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가 2007년 대선 때 내놓은 황당한 공약이다. 13년이 흐른 뒤 이 공약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장려금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전남 영광군이 올해부터 셋째 아이를 낳으면 3000만원을 주기로 조례를 바꾼 것이다. 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자체들이 수년간 출산장려금 경쟁에 나서면서 관련 예산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출산 증대 효과가 거의 없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효과 없는데도 ‘퍼주기 경쟁’
![](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757988.1.jpg)
‘먹튀’ 양산하는 출산장려금
2017년 충북 영동에서는 출산장려금을 받은 산모의 37%가 주민등록 1년 이하의 신규 전입자였다. 전라남도의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까지 5년간 장려금만 받고 떠난 산모가 전남 도내에서만 1584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출산장려금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경북 북부 지역이 대표적이다. 영덕군은 첫째 아이에게 30만원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을 2017년부터 480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경쟁에 가세했다. 2018년 의성군이 390만원, 영양군이 360만원으로 인상했다. 그러자 영덕군은 한 발 더 나아가 출산장려금을 530만원까지 올렸다. 봉화군은 뒤늦게 판을 키웠다. 지난해부터 첫째 아이 기준 전국 최고금액인 7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출산장려금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반짝’ 증가했던 해남의 출생아 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출생아는 468명으로 2015년(839명) 대비 56% 수준으로 줄었다.“돈 풀어 표 얻는 정책”
출산장려금 시행 과정에서 먹튀와 실효성 논란 등이 불거지자 지자체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시불로 주던 출산장려금을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2~3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입금하는 식이다. 봉화군처럼 5년에 걸쳐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장려금만 받고 주소를 옮기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서다.
제도 자체의 한계를 인정하고 폐지하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속초시는 2006년부터 지급해오던 출산장려금을 2015년 폐지했다. 장려금 지급에도 출생아 수가 꾸준히 줄어 출산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전문가들의 평가도 속초시와 비슷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 중 현금을 줘서 출산율을 높인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노경목/박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