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AI 물류로봇 만들어"
입력
수정
지면B6
박명규 힐스엔지니어링 대표기업은 도전이다. 가만히 앉아서 고정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비즈니스는 거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명규 힐스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능형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물류로봇이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이 기업인을 만나봤다.국내 굴지의 생활용품 업체인 A사는 첨단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공장자동화시스템과 로봇 등으로 무장한 곳이다. 생산라인에선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물류 분야는 다르다. 수많은 사람이 수작업으로 일한다. 박스에 상품을 담아 포장하고 주소 라벨을 붙인 뒤 지게차를 이용해 상품을 나른다. 해외 직구가 늘면서 소량다품종 구매에 대응하다 보니 물류작업에 더 많은 사람을 쓰게 된다. 이 회사처럼 물류 분야에서 고전하는 기업이 많다.
4국 유통기업 러브콜
북미 영업 제의도 받아
경기 수원 광교비즈니스센터에 있는 힐스엔지니어링(대표 박명규)은 지능형 자율주행 물류로봇을 개발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CES 2020)에서 바이어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제품명은 ‘로로봇’이다. 물류를 뜻하는 ‘로지스틱스 로봇’의 준말이다. 박명규 대표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물류로봇”이라고 밝혔다.이 제품엔 로봇의 눈인 비전컴퓨팅 기술과 함께 세 곳에 라이다(lidar)기술이 들어 있다. 박 대표는 “충돌방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했다”며 “로봇이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간다”고 말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우회하거나 정지한 뒤 문제가 해소되면 다시 출발한다. 기존 물류로봇이 정해진 대로 격자구조로 주행하는 데 비해 이 제품은 최적화된 동선으로 찾아간다. 제자리 방향전환 기능이 있어 회전반경도 크게 줄였다. 박 대표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에 이어 물류센터의 작업현장을 깨끗하고 안전한 곳으로 개선하기 위한 청소로봇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현장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대학에서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공군장교로 항공기정비를 담당했다. 대한항공 신세계이마트 삼성테스코를 거쳐 평택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연구개발한 특허기술로 작년에 창업했다. 유통업체를 거치면서 물류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이 로봇을 개발하면서 대학과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다. 한양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제품을 완성했고 삼성전자로부터 로봇특허도 이전받았다. 이 회사가 보유한 특허 5건(출원 중인 것을 포함하면 모두 8건) 가운데 3건은 삼성전자로부터 양수한 것이다. 그는 “전(全)주기적 스마트 로봇관리 소프트웨어도 채택했다”며 “항공기정비를 담당하면서 익힌 예방정비 개념을 접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차원 비행체인 항공기의 고장은 생명과 직결된다. 예방정비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물류로봇이 고장나면 해당 기업은 큰 혼란에 빠진다. 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다.
박 대표는 “이번 CES 2020 참가를 계기로 국내외 기업과 파트너 협력관계를 이끌어냈다”며 “미국의 글로벌 물류기업인 KENCO의 물류기술 파트너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비거라지(BGARAGE)와 기술 협력을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디지털트윈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VIGO그룹과도 스마트 창고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라이더 전문기업, 인공지능 전문기업, 비전컴퓨팅기술 전문기업들과도 다양하게 협력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4개국 유통기업으로부터 대리점 협력 요청을 받았고, 캐나다의 로봇기업으로부터는 북미시장 공동진출 제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10여 개 기업과 구매상담도 벌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중 중요한 내용이 생산공정에서의 혁명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물류혁신”이라며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