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윤석열 "검사 본질 맞게 업무 바꾸자"…조직 추스르기

직원들과 간담회서 현안 언급은 피해…한동훈 차장과는 말없이 악수
보수단체 청사 앞 1시간 전부터 지지 집회
윤석열 검찰총장은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고검·지검을 찾아 일선 검사들을 격려했다.윤 총장의 취임 후 첫 지방검찰청 격려 방문인 데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로 손발을 맞췄던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의 재회로 이례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윤 총장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건물이 20년 전하고 똑같다"고 첫마디를 했다.

그는 부산검찰청 2층 현관에 미리 나와 기다리던 양부남 부산고검장, 권순범 부산지검장, 한동훈 차장검사 등 간부들과 차례로 악수했다.악수 때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역임하다 지난달 부산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된 한 차장검사에게 어떤 말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됐으나 말없이 묵묵히 악수만 했다.

악수 때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며 눈빛만 교환했다.

그는 방문 취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2001년, 19년 전에 평검사로 근무했는데 졸업한 모교에 오랜만에 찾아온 기분이다"며 "부산 검찰 가족들하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없는지 들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의 수사와 기소검사 분류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 없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총장은 이날 직원 간담회에서 선거 수사 등 현안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 시절 부산에서의 근무 경험을 나누고, 직원 간 화합을 당부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다만 "검사 업무의 본질과 검찰의 정체성에 맞게 우리 업무를 바꿔 나가자"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로 향후 형사사법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 총장의 이번 방문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으로 발령 난 참모진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검찰에서는 통상적인 지방 순시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산고검 관계자는 "관례로 하는 초도 순시인데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다"며 "총선을 앞둔 시기라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당부할 겸 지방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검찰청 방문 윤석열 '공정하고 엄정한 선거수사 당부' / 연합뉴스 (Yonhapnews)
윤 총장은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대전 등 고검 권역별로 순차 방문할 계획이다.

이른바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수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윤 총장이 통상적 업무를 소화하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윤 총장의 부산 방문에 맞춰 태극기를 든 보수 성향의 시민 100여명은 방문 1시간부터 검찰청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이들은 '석열아, 너만 믿는데이' 등이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윤 총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