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만 그리면 도시재생?…대규모 개발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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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활성화 방안' 보고서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위해선 민간부문의 참여와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족한 공공 재원으로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기존 인식에서 탈피해 수익성을 고려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기반형' 대규모 개발 사업
민간부문 참여·투자 필수적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참여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이 연간 10조원가량의 공적 재원을 투입하면서도 ‘소방차가 못 들어가는 좁은 골목은 그대로 둔 채 벽화만 그리고 끝난다’고 지적했다. 공공 재원 중심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도로, 공원,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하기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또 ‘개발은 도시재생이 아니다’ ‘도시재생은 공공성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등 잘못된 인식도 문제로 봤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생사업이 ‘고쳐 쓰는’ 방식, 공공 재원 중심으로만 추진되고 있다”며 “쇠퇴하는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 상황에 맞게 개발, 보존 등의 수단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업과 업무 기능이 집적된 중심 시가지와 대규모 개발사업을 동반하는 경제기반형 재생사업에서는 민간부문의 참여와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지속적인 지역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28개 지역 가운데 14개(50%) 지역이 민간투자 없이 공공 재원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보고서는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간투자사업 연계 추진 활성화, 도시재생 연계형 정비사업·도시개발사업 추진, 세제 혜택 제공을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 일곱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의 허든슨 야드, 영국 런던의 패딩턴 워터사이드 등 해외 사례를 들며 “도시재생 선진국에선 민간 재원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공공성 높은 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사업 결과가 공공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