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종 코로나' 첫 사망…숨진 뒤에야 감염 확인

크루즈선 44명 추가 확진…218명

WHO 비판에 14일부터 승객 하선
아베 정부 대응 '총체적 난국'
일본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는 또다시 4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5일 1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된 후 8일 만에 감염자 수가 218명으로 급증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까지 잘못된 대처를 비판하고 나서자 일본 정부는 방침을 바꿔 이르면 14일부터 일부 승객을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80대 여성이 코로나19로 숨졌다”고 밝혔다. 일본 국적인 이 여성은 중국으로 여행을 간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여성은 지난달 28일 폐렴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방문했으며, 지난 1일부터 입원해 치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바이러스 검사를 받은 뒤 결과를 기다리던 중 이날 사망했다.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 221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승무원 1명을 포함해 4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13일 발표했다. 일본인 감염자가 29명, 외국 국적자는 15명이었다. 한국인 탑승자 15명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이 크루즈선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총 218명으로 전체 승선자 3711명의 5.9%에 달한다.

감염자가 연일 속출하자 일본 정부 대응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좁고 폐쇄된 선실에 3700여 명이 밀집해 생활하는 크루즈선의 특성상 한번 퍼진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외 지역의 확진자 대부분이 이 크루즈선에서 나오고 있다.확진 판정을 받은 남편이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홀로 선내에 남아있는 70대 일본 여성은 NH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9일 이송 이후 남편과 한 차례밖에 통화하지 못했다”며 “나도 감염됐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차례 검사를 요청했지만 어젯밤에야 겨우 검사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탑승객들의 출신 국가들도 선내 상황을 우려해 승객들의 하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크루즈선에 타고 있는 이스라엘 국민 15명을 즉시 하선시키고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줄 것을 일본 외무성에 요청했다.결국 일본 정부도 대응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령에 지병이 있는 탑승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해 음성으로 확인되면 희망자부터 우선 하선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성으로 나온 승객의 하선 시점은 14일 이후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또 “추후 하선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은 정부가 마련한 시설로 이동해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생활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