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국적항공사 기내서 못 보는 이유는?

빈부격차 다뤄 한국에 부정적인 인식 우려
'선정적 장면 포함'도 상영 목록 제외 이유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이 국내 항공사 기내 상영목록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미국 LA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 /사진=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우리 국적 항공사 기내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60편에서 400여 편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영화 콘텐츠는 기존 월 평균 18편에서 40여 편까지 늘리고, 3월부터는 인도 영화도 새롭게 선보이지만 '기생충'은 포함되지 않았다.

'기생충'이 상영목록에서 제외된 이유는 대한항공의 기내 상영 영화 선정 기준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사고 장면 등 승객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영화 △특정 국가, 민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 △정치·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의 상영을 배제하고 있다. 통상 국내 영화의 경우 극장 배급 이후 5개월이 지난 뒤 기내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기생충'의 경우 빈부격차 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로 기내 상영 영화 선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화와 빈부격차라는 소재를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전달해 전 세계의 극찬을 받고 '오스카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같은 이유로 국내 항공사 기내에서는 상영이 제한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기생충'을 상영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당시 내부적으로 '기생충' 기내 상영을 검토했지만 선정적 장면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상영을 제한했다.

기내에서는 연령 통제가 안 돼 주로 전체관람가나 12, 15세 관람가 영화를 선정해 상영한다. 15세 관람가여도 혐오, 공포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영화는 제외한다는 설명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