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이태원 클라쓰' 1943의 성공비결 5

초대형 샹들리에·9900원 안주로 1년 만에 50호점

(1) 20대 여성 겨냥
(2) 임차료 절감
(3) 마케팅 경쟁력↑
(4) "가격 싸도 맛은 최고로"
(5) 고급 인테리어 입소문
외식업계에선 ‘술장사를 잘하려면 단체손님을 잡으라’는 말이 진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일하는 문화가 변해 직장인 단체 회식이 크게 줄었다. 주점 손님의 다수는 삼삼오오 모여 ‘가볍게 한잔’을 즐기는 20~30대다. 몇 년 새 대형 고깃집과 술집은 점점 사라지고 주요 상권마다 작은 가게가 늘었다.

달라진 트렌드의 틈새를 파고들어 주목받고 있는 주점 프랜차이즈가 있다. 1년 만에 전국 가맹점을 50호점으로 늘린 ‘1943’이다. 20대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잡았다. △1만원 안팎으로 가성비가 강점인 40가지 안주 △고급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 △전략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케팅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전국의 1943 매장은 모두 월평균 1억~3억원의 매출을 낸다. 대부분 건물의 2~3층에 자리 잡은 데다 265㎡(80평 안팎)의 대형매장인데도 주말이면 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곳이 됐다.
30대 대표의 현실판 ‘이태원 클라쓰’

1943을 운영하는 위벨롭먼트의 정승민 대표(36·사진 가운데)는 스물일곱에 셀프 맥주집을 처음 열었다. 경기 안산에서 7년간 매장을 직접 운영했다. 2015년 정 대표 어머니의 출생연도를 따 간판 이름을 1943으로 정했다. 이 무렵 20대 젊은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정 대표의 동업자가 됐다. 김태현(오른쪽), 최혜성(왼쪽) 공동대표다. 김 대표와 최 대표는 스타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최 대표의 유튜브 계정 ‘우와성’이 40만 명, 김 대표의 ‘태현튜브’는 14만 명의 구독자를 두고 있다.세 대표의 창업스토리가 알려지면서 JTBC의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SNS에 돌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주점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스토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7년간 술집 운영 노하우 녹여

창업자인 정 대표는 여덟 살 때부터 지금까지 안산을 떠난 적이 없다. 정 대표는 “잘 아는 동네인 안산에서 조그만 매장 두어 개를 운영할 생각이었고, 프랜차이즈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우리 브랜드가 알려지고, 방문객들이 먼저 가맹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1943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건 2018년 9월. 위벨롭먼트 법인을 세우고 경기 부천점에 가맹 1호점을 냈다. 월 매출 목표는 9000만원이었지만 첫 달에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호점인 부평점도 월 매출 2억원을 넘어섰다.

1943은 외부에서 보면 큰 샹들리에가 시선을 끈다. 바닥엔 대리석을 깔아 마치 고급 바를 연상시킨다. 1943의 가장 큰 강점은 1만원 안팎의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로제 파스타 치킨, 벌집 새우 퐁듀, 감바스, 제육볶음, 치즈연어, 한근 김치찌개, 닭한마리 칼국수 등이 모두 9900원이다. 가장 비싼 단품 메뉴도 1만900원이다. 모든 식자재는 동원홈푸드에서 공급받는다.

2층 출점해도 긴 줄…全매장 억대 매출퓨전 양식에서 한식까지 철저히 가성비에 집중한 메뉴와 고급 인테리어는 20~30대 여성들에게 금방 입소문이 났다. 정 대표는 “술 한 잔을 마셔도 분위기 좋은 곳에서 자랑하고 싶은 메뉴와 함께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1943은 출점 전략도 다르다. 1943은 신규 출점 때 임차료 부담이 큰 건물 1층을 고집하지 않는다. 매장의 90%는 2층이나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메뉴를 일반 술집 안주 가격보다 30~50% 싸게 팔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이유다.

실내 분위기와 달리 1943의 음악은 20대 감성이다. 서빙은 모두 단정한 외모의 20대 남성들이 담당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