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평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던 복지관 식당이 문 닫자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길 할머니는 "오랜만에 나를 챙기는 사람을 만나니 눈물이 쏟아져"라며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도시락을 가져온 직원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운 할머니는 "혼자 살다 보니 먹는 것이 제일 힘들고, 바깥에 나가지도 못해 온종일 멍하니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광주공원 '사랑의 식당'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중단했음에도 직원들이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6시부터 노인들이 텅 빈 식당 앞을 서성거렸다.
이들은 코로나19 탓에 식당이 폐쇄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외로움에 잠도 오지 않아 무작정 평소 오던 습관대로 문 닫는 식당을 찾아 하릴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사랑의 식당 직원들은 사람들이 모이면 혹시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까 봐 서둘러 대체식이나 도시락을 쥐어 노인들을 되돌려보냈다. 사랑의 식당 관계자는 "광주는 물론 인근 시군에서도 사람이 몰려 평소 600여명에게 음식을 제공하지만,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나 독거노인 등 120여명에게만 도시락이나 대체식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폐쇄 사실을 모르고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안타까워 지급대상이 아니더라도 대체식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집에만 있으면 보타져(말라) 죽어 버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한 14일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노인복지관 앞에서 만난 김종수(80) 할아버지는 "외로움이 병보다 두렵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로 열흘째 문이 잠겨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딱히 갈 곳이 없어 복지관을 찾아왔다. 광산구는 지역에서 16·18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이달 5일부터 914개 복지시설을 폐쇄 중이다.
복지관 내 바둑장기실, 휴게실, 탁구장,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김 할아버지는 건물 밖 야외탁자 주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