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신뢰·포용 없는 中國夢은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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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패닉 상태 빠진 中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이 패닉 상태다.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사건 이후 가장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능가하는 심각한 보건 위기다. 후진적 식생활 문화가 빚은 참사다. 중국인의 야생동물 소비는 일종의 허영으로, 특권을 드러내는 신분의 상징이다. “죽어도 체면”이라는 말처럼 신분을 의식한 과도한 음식 문화가 형성됐다. 명·청 시대 상류층 연회 비용은 중산층 가산을 다 털어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늑장 대응과 조기경보시스템 부실로 전 지구적 재앙으로 확산됐다.
신뢰위기 더해 경제위기 불가피
시진핑 1인 지배 체제 아래
강력한 사회동원력 자랑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받는 사회'를 향한 의지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신뢰 위기가 심화됐다. 전통적 체제와 새로운 체제 사이의 갭이 커 저신뢰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중국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인은 불결하다는 선입견으로 중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팻말이 나붙는 등 노골적 혐중(嫌中) 감정이 커지고 있다. 지구촌에 확산 중인 인종주의에 불을 붙였다. 신황화론(新黃禍論)과 중국 공포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경제 위기가 불가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로 추산한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고속 성장하는 시기였지만 중속 성장에 접어든 지금은 사스 때보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생산량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제조업 능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품의 복합성이 커져 공급을 대체할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우한과 후베이성은 글로벌 공급 사슬의 중심 권역이다. 자동차, 철강, 정보통신산업이 대거 밀집해 있다. 우한은 ‘중국 테크 굴기’의 메카다.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CSOT(차이나스타)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미·중 1차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경제의 디커플링이 시작됐다. 대중(對中) 평균 관세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3.0%에서 9.3%로 상승했다. 1차 합의 이후에도 3600억달러 상당 제품에 대한 관세는 유효하다. 민영기업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민영기업의 은행 대출 비중이 2013년 57%에서 2016년 11%로 급감했다. 채무불이행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민영기업은 2018년 기준으로 조세 수입 50%, GDP 60%, 신규 고용 90%, 도시 일자리 80%를 책임지고 있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일 때 중국 경제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문제는 새로운 도전이다. 작년 신생아 수가 1460만 명에 그쳐 196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7~2019년 330만 명이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다. 중국사회과학원은 2027년부터 인구 감소를 예상하지만 이미 시작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푸셴 미 위스콘신대 교수 연구는 2010~2018년 평균 출산율을 1.18명으로 추계했다. 공식 출산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우한 사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지배에 대한 도전이다. 시 주석의 정통성과 명성이 훼손됐다. 1인 지배가 강화되면서 관료사회와 정치시스템이 경화(硬化)됐다. 보희불보우(報喜不報憂). ‘좋은 것만 보고하고 나쁜 것은 숨기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켰다. 《중국의 정실 자본주의》 저자인 민신페이 클레어몬트매케나대 교수의 주장처럼 공산당이야말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공산당은 작년 열린 중앙위원회 4중전회에서 양개유호(兩個維護) 원칙을 재천명했다. ‘당 중앙의 통일된 지도와 시 주석이 핵심이라는 원칙은 확고하다’는 선언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의 ‘당정분리’ 대신 당이 국정을 이끄는 ‘당영도일체’가 강조됐다.
중국은 40년 만에 최빈국에서 주요 2개국(G2) 국가로 부상한 저력을 갖고 있다. 14억 인구에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넘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로 우뚝 섰다. 열흘 만에 우한에 10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짓는 강력한 사회동원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제자유도가 111위에 불과한 대표적 감시국가다. 중국이 포용적이고 신뢰받는 사회로 거듭나지 않는 한 중국몽(中國夢)은 판타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