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직계열화로 반도체 소재 강화…1兆 투입한 친환경 탈황설비 준공

SK하이닉스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서 운영한 부스 모습. SK그룹 제공
SK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신성장동력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를 선점하기 시작했으며,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관련 소재 사업을 인수하며 반도체 수직 계열화로 그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에너지 부문은 친환경 설비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관련 시설을 이미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반도체 수직 계열화로 미래 선점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20’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반도체 기술을 대거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SK하이닉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활용되는 미래도시를 형상화하고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오토모티브(Automotive)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5세대(5G) 이동통신 등 6개의 사업 분야와 관련된 반도체 솔루션을 전시했다.

SK하이닉스가 선보인 주요 제품은 안정성·속도·전력소모·용량 측면에서 우수성이 뛰어나 5G, AI 등 미래 4차산업에 사용되는 메모리 솔루션을 비롯해 차량용 전자제품, 이미지센서 등이다. 특히 처음 소개된 ‘일반 소비자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128단 4D낸드를 기반으로 해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성능을 자랑했다.SK하이닉스가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나선 가운데 SK의 다른 계열사는 반도체 부문 수직 계열화를 위해 소재산업 분야를 적극 확장하고 나섰다. SK머티리얼즈가 최근 금호석유화학의 전자소재사업을 인수하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의 노출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바뀌는 감광액이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정밀한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 공정’에서 쓰이며,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를 할 정도로 일본 기술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핵심 소재다.

SK머티리얼즈는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 진출을 통해 특수가스 중심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 개발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반도체 종합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해외 기업이 차지하는 등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포토레지스트 소재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신규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반도체 소재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SK에너지는 친환경 설비 확대

SK에너지는 친환경 설비 구축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SK에너지는 지난달 울산에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준공했다. 2017년 1조원 규모의 VRDS 신설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1월 착공해 25개월 걸린 작업이었다.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는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VRDS는 이르면 다음달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VRDS가 본격 가동하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가 생산공급되며,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VRDS는 올해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IMO 2020)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설비다. IMO 2020은 선박유 황함량 상한선을 3.5%에서 0.5%까지 낮추도록 하는 해상 규제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선박유 시장은 벙커시유 등 고유황유에서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선박용 저유황 연료유 시장이 하루평균 기준 2019년 10만 배럴에서 2020년 100만 배럴로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저유황유 시황은 선사들의 비축유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SK에너지는 VRDS 조기 상업 가동을 비롯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