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형악재 만난 항공업계, 정부 유동성 수혈로 숨통 트일까

정부, 항공 분야 긴급 지원책 발표…LCC에 최대 3천억원 지원
항공업계 "유동성 지원 환영…조속한 집행이 더 중요"

정부가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 지원 등 긴급 대책을 내놨다.여객 수요가 급감하며 중국 노선과 동남아 일부 노선의 운항이 대폭 줄어들면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마저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코로나19'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여객 감소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사스의 경우 발병 4개월 후인 2003년 3월 항공여객이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고, 메르스는 국내 발병 한달 뒤인 2015년 6월 12.1% 감소했다.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한달 만에 무려 32.2%의 항공여객이 감소했다.

연초 주 546회 중국을 오가던 우리 항공사의 운항 횟수는 2월 첫째수 주 380회로 30% 가량 줄어든데 이어 2월 셋째주에는 주 126회로 77%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확인된 동남아 일부 지역의 노선도 감축하는 추세다.이 같은 상황에서 여행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권 예약 취소·환불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이달 12일 항공사의 환불액은 대한항공 1천275억원, 아시아나 671억원, 제주항공 225억원, 진에어 290억원, 이스타 190억원, 에어서울 40억원, 티웨이 227억원 등 총 3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중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경유, 미주·유럽·동남아로 향하던 항공화물의 물동량도 급감한 상태다.정부는 항공업계에 가장 큰 타격이 있었던 2001년 9·11 테러 당시에 비해 항공시장이 4배 넘게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11 테러 당시 국제여객은 2천181만명 수준이었으나 작년 국제여객은 9천30만명에 달한다.

당시 국적 항공사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2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LCC를 포함, 모두 10곳에 달한다.

특히 중국노선 비중이 43%인 청주공항에 최근 중국노선 10개가 모두 운항 중단되는 등 지방 공항을 베이스로 하는 지역 LCC가 위기에 처할 경우 향후 인바운드(외국인 방한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지역 일자리·경기 침체도 가속화할 우려가 존재한다.

항공사 경영 위기시 정비투자 감소로 이어져 항공안전을 위협받고, 지상조업·관광·서비스 등 연관업종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이에 항공업계도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주재로 열린 항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9·11 테러 대책에 준하는 실효성 있는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대한항공 1천400억원, 아시아나항공 1천100억원 등 총 2천500억원의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융자해줬다.

이미 항공업계는 LCC를 중심으로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선 상태다.

제주항공은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도 15일 이상 무급휴가를 사용하도록 했다.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희망 휴직과 무급 휴가를 신청받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항공유 대금 결제가 밀렸다가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아 서둘러 다른 정유사를 확보하는 일도 있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작년 4천2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받기로 한 데 이어 조종사들도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항공사 운영자금을 긴급 융자해주기로 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 대해 산업은행에서 대출 심사절차를 거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LCC에 대해 최대 3천억원 내에서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항시설 사용료와 과징금 등의 납부를 유예해 항공업계의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미취항 노선 개설 지원과 중장거리 운수권 배분 등 노선 다변화를 지원하고 탄력적 부정기편 운항시 신속하게 행정 지원을 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또 올해 인천공항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을 65회에서 70회로 늘리고 항공기 리스보증금을 대체하는 보증을 도입하는 등의 경영안정화 방안도 강조했다.

항공업계는 일단 정부의 유동성 지원 결정에는 환영하면서도 조속한 집행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한 LCC 관계자는 "긴급 자금 지원 외에 나머지 내용은 대부분 현재 이후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라며 "지금까지 누적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긴급 자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처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다른 LCC 관계자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끌지 말고 꼭 필요한 회사에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