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유수면 송전선로도 점용료 내야"…안산시 한전에 승소

"점용료 219억 부과 적법"…서해안 타 지자체들 소송 확산 주목

공유수면 위에 설치된 송전선로(송전탑을 잇는 전선로)도 선로 아래 바다에 대한 점용료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해안을 중심으로 곳곳 지자체 내에 이같이 공유수면 위 송전선로가 설치돼 있어 지자체별 점용료 징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17일 경기 안산시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가 안산시를 상대로 낸 '송전선로 및 송전철탑 공유수면 점용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법하다"며 안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안산시는 "이번 판결은 송전선로 아래 공유수면(선하지)에 대한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된 전국 첫 사례"라며 "안산시는 이미 부과한 점용료 200여억원을 세외수입으로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 앞으로 매년 40억원가량의 점용료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전은 영흥도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신시흥변전소로 보내기 위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시화호 일대에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설치했다.

이 가운데 68개의 송전탑이 공유수면 위에 설치됐으며, 이 중 47개(총 길이 16㎞)가 안산시 관내 공유수면 위에 만들어졌다.

나머지 송전탑은 옹진군 관내 2개, 화성시 관내 12개, 농어촌공사 관할 공유수면 내 7기 등이다. 안산시는 기존 공유수면관리법과 공유수면매립법이 통합돼 2010년 1월 제정된 공유수면법에 송전선로를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해양수산부 질의 등을 거쳐 2018년 3월 한전에 2013년 3월∼2018년 5월분 공유수면 점용료 219억원을 부과했다.

점용 공유수면 면적은 전체 선로 길이와 철탑의 폭을 곱해 산정했다.

공유수면은 국가 소유지만 관련 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가 점용료 등을 부과한다. 이에 한전은 점용료 전액을 일단 납부한 뒤 안산시를 상대로 점용료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지난해 1월 '송전선로 설치 당시 철탑 점용료만 받기로 하고 선로 아래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료 징수는 없을 것이라고 믿은 상태에서 송전선로를 건설한 한전과의 신뢰를 위반했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처음부터 안산시가 공유수면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논의한 자료가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안산시에 승소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번 송전선로 아래 공유수면 점용료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화호 일대 공유수면 위 송전선로가 있는 경기 화성시와 인천 옹진군이 안산시와 같이 점용료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경기 평택시와 충남 서산시 등에도 공유수면 위에 송전선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해당 지자체의 대응이 주목된다.

안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육지의 송전선로 아래 토지에 대해서는 한전 등 전기 사업자들이 보상해 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판결로 관할 지역 공유수면 위에 송전선로가 있는 지자체들도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료를 부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는 관내 송전선로의 공유수면 점용료를 그동안 피해를 본 인근 지역 주민은 물론 안산시민 전체를 위한 사업에 투입할 것"이라며 "다만, 시는 이번 판결에도 시흥시, 화성시 등과 협력해 시화호 일대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안산시의 적극 행정으로 다른 지자체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송전선로로 자연경관 훼손 등의 피해를 본 안산시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