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잡아라"…지자체들 유치 총력

물질 입자 관찰…소재 분석까지
반도체·바이오 등 활용 무궁무진
글로벌 연구소·기업 유치도 유리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
전남·경북 등 5개 시·도 도전장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은 제동력을 향상시키면서도 평소에는 마찰력(회전저항)을 40% 이상 줄여 연비를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타이어 소재를 개발했다. 1995년 경북 포항에 건립된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소재를 분석할 수 있어 가능했다. 이곳에서는 35개 빔라인(실험실)에서 연간 1600회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4298억원을 투입해 2016년 세계 세 번째로 포항에 준공한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는 3개의 빔라인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막단백질 구조분석 등 첨단 연구를 연간 50회 진행한다.
경북 포항시 포항가속기연구소에 2016년 세계 세 번째로 완공된 길이 1100m, 축구장 50배 크기의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17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업비 1조원대의 4세대 원형(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에 나서면서 전남 나주시, 경북 포항시, 충북 청주시, 강원 춘천시, 인천시 등 5개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기초·응용과학 연구는 물론 반도체, 바이오 신약, 2차전지, 에너지, 신소재 등의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대형 국가 인프라다.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첨단소재 연구로 글로벌 과학 산업도시로 도약할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전 건립부지를 먼저 확정한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충청북도, 전라남도 등은 총선 공약으로 제안하고 경상북도 등은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유치 경쟁이 뜨겁다.

전라남도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올해 도정 최대 핵심과제로 정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호남권은 방사광가속기는 물론 대형 첨단 연구시설이 전무해 학계와 산업체의 연구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며 “나주에 들어설 한전공과대 인근은 안정적인 지반을 갖춰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상북도는 포항시, 포스텍과 함께 기존 가속기와 연계하면 1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절감하고 사업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5년간 가속기를 짓고 운영한 노하우를 살려 가속기클러스터를 구축해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말했다.충청북도는 지난달 16일 충청남도, 세종시, 대전시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공동 유치에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오송생명과학단지, 대덕연구단지 등 연구원과 대학, 반도체·바이오·화학 기업이 몰려 있어 연구개발(R&D) 입지 여건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춘천시, 강원대와 함께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춘천시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홍천 메디컬연구단지, 원주 의료기기산업과 연계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바이오, 의료기기 등 강원 전략산업과 연계해 중부권 최대 과학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공모 신청을 검토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활용한 물류 경쟁력과 수도권 최대 산업단지인 남동·주안·부평공단 등을 유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항=오경묵/무안=임동률/청주=강태우/춘천=임호범/인천=강준완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