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전국 확대…세무조사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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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올빼미' 김호용 대표 인터뷰“부동산 구입 목적의 돈이라면 함부로 빌리지 마세요.”
국세청 출신이 말하는 세무조사 가이드
지난 20일 만난 김호용 미르진택스 대표(사진)는 “다음달부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자금출처를 증빙하기 힘든 돈은 아예 융통하지 않는 게 좋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고 부모에게 5000만원 이상 받았거나 차용증 없이 개인 간 주고받은 돈 등이 해당된다. 자금 출처가 소명되지 않을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김 대표는 얼마 전까지 이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조사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을 거쳐 퇴직하기 전까지 10년 이상 세금 문제를 다방면으로 다뤘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근무하던 4년 동안은 ‘조세특례제한법’ 등 굵직한 세제를 만들고 고치는 데 참여했다. ‘미네르바올빼미’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는 그의 블로그가 부동산 관련 세법 상담소가 된 이유다. 김 대표를 만나 강화되는 자금출처 조사와 변화하는 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지금도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뀌나.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이 21일 개정되고 다음달부터 시행될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도 같은 기준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비조정대상지역에선 6억원 이상 주택을 매입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제출 의무가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의 9억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엔 최대 15가지 항목의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진 신고할 때 종이 한 장에 금액만 적어서 냈지만 이 단계부터 절차가 깐깐해지는 셈이다.”▶당국에선 뭘 어떻게 들여다보나.
“자금의 출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거나 증여세 등에 대한 탈루 혐의가 있다고 의심될 경우 국세청이 조사한다. 이땐 최근 자금운용금액과 원천금액을 모두 들여다본다. 언제 부동산을 매입하고 매각했는지, 임차보증금을 뺐는지, 부채가 얼마이고 얼마나 갚았는지, 주식이나 골프장 회원권을 사고팔았는지 등을 살핀다. 당연히 자금 원천금액이 운용금액보다 많아야 한다.
부모의 지원을 받은 경우 대부분 차입금이라고 소명한다. 그러나 차용증도 없고 이자도 지급하지 않는 상태라면 증여세로 과세될 수밖에 없다. 차용증에 금액과 상환시기, 이자율과 이자상환 방법 등을 기록해둬야 세금 추징을 피할 수 있다. 빌린 돈처럼 처리하는 게 아니라 실제 빌린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직접 현금으로 이자를 돌려주는 지참변제 방식은 기록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계좌 송금 이력을 남겨야 한다. 이렇게 부모에게 차용증을 작성하고 빌린 돈은 나중에 실제로 갚아야 한다. 국세청이 실제 상환 여부를 확인하면서 사후관리를 하기 때문이다.”▶증명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도 있나.
“직계가족이 아닌 개인 간 자금이 오가는 경우 세무당국이 유심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위해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명의신탁)했던 투자자들이 이 같은 방법을 많이 쓴다. 투자금을 그냥 회수하면 출처를 의심받기 때문에 대개는 차용증을 써서 빌려오는 형태를 취한다. 하지만 이자율이 현저하게 낮다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나 현금 사용액도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연소득이 1억5000만원인 가구가 4년 동안 저축한 돈과 대출 3억원을 보태 8억원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얼핏 문제 없어 보이지만 카드와 현금 사용액이 연평균 5000만원 정도였다면 저축 가능액은 4억원이 최대다. 대출을 보태도 1억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 자금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 현금성 소득을 일부 누락했던 자영업자들의 경우 이 같은 경우에서 종종 문제가 되곤 한다.”▶세무조사는 피를 말린다고 하던데.
“처음부터 법을 어겨놓고 ‘걸면 걸리는 식’의 조사라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힘들지만 세무조사도 혐의 금액에 대한 일정 기준이 있다. 자금조달계획서와 국세청 자체 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등을 활용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한 뒤 차명 활용이나 법인 횡령 등이 의심될 경우 통합조사를 벌일 수 있다.
항상 어떻게 입증할지를 염두에 두고 근거를 갖춰놔야 한다. 배우자증여도 10년 동안 6억원 한도로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실수가 많은 부분 가운데 하나다. 부부의 계좌를 혼용해 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동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남편 통장에서 10억원을 출금했다면 아내에게 5억원을 증여한 셈이다. 한두 건은 문제 없지만 오랫동안 여러 건을 사고팔다 보면 뜻하지 않게 공제한도를 넘겨 증여세를 물게 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올해와 내년엔 주택 관련 세제가 여럿 바뀐다. 가장 주의해야 하는 건 뭔가.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내용에 따라 내년부터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땐 분양권도 주택수에 가산된다.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 때 지방 아파트의 분양권 때문에 중과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단 분양권은 비과세가 아니라 중과 여부를 판단할 때만 주택수에 포함된다. 예컨대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종전엔 기존주택 A아파트를 포함해 B아파트 분양권이 있더라도 대체주택 C아파트 취득 후 2년 안에 A아파트를 팔면 9억원까지 1주택 비과세를 받고 초과분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내년부턴 B아파트 분양권이 A아파트 양도차익 중 9억 초과분에 대한 중과 여부를 판단할 때 주택수에 포함된다. A아파트의 매각금액이 11억원이라면 초과분 2억원은 3주택(A주택+B분양권+C주택) 중과세율(62%)이 적용되고 장특공제도 받을 수 없다. 12·16 대책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세제 변화 중에 하나였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세법 개정안 가운데는 실무적으로 모호한 규정도 많은데.
“내년부터 조정대상지역의 1주택 비과세 요건이 ‘최종 1주택이 된 날로부터 2년’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최종 1주택 기산 시점을 판단할 때 일시적 2주택은 예외 규정으로 빠진다. 세부적으로 다양한 사례가 나올 수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장기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 과세특례도 해석이 분분하다. 임대사업자가 자신이 거주하던 집을 팔 때 반복적으로 비과세가 가능하던 조항을 평생 한 번으로 제한한 게 지난해 2월 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개정일 이전 취득하고 거주는 하지 않던 대체주택에 대해선 종전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지 조문이 상충되는 등 다소 모호한 면이 있다. 이에 대한 유권해석이 곧 나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추가 대책이 더 나올 경우 세제에선 어떤 부분을 손댈 것 같나.“나올 게 거의 다 나왔다. 개정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1주택 비과세에 대한 부분을 거론하지만 헌법에서 규정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리라 본다. 1주택자의 장특공제율이 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세제실은 법령 개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안 그래도 복잡한 법이 계속된 개정으로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법령이 너무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현장에서 집행하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