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퍼터 달인' 스콧, 1442일 만에 쓴 부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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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2타차 정상‘돌고 돌아 롱퍼터.’
한때 세계 1위 오른 '꽃미남 골퍼'
몸에 그립 못 닿게 규정 바뀌어
성적 안나 퍼터 바꾸고 또 바꾸고
결국 롱퍼터 다시 잡고 명예회복
4년 만에 통산 14승 '고진감래'
애덤 스콧(40·사진)이 ‘빅 이벤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7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을 제패했다. 2016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챔피언십 이후 4년 만의 고진감래다. 통산 14승.롱퍼터→일반 퍼터→롱퍼터
스콧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32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를 1언더파로 마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 스콧은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67만4000달러(약 19억8900만원)를 챙겼다. 이번 대회는 명칭이 인비테이셔널로 바뀌고 총상금이 190만달러 늘어나는 등 ‘특급 대회’로 격상돼 치러졌다.
스콧은 2005년 ‘닛산오픈’으로 열렸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악천후로 파행을 겪던 대회가 36홀 경기로 단축되는 바람에 공식 우승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스콧은 15년 만에 그 아쉬움도 털어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호주 출신인 스콧은 ‘꽃미남 골퍼’로 인기가 높다. 2011년부터는 롱퍼터를 잡아 줄줄이 우승컵을 수집하면서 ‘브룸스틱의 달인’이란 애칭도 붙었다. 2011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2013년 마스터스, 더바클레이즈 등을 제패하며 2014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의 여정이 녹록지 않았다. 2016년부터 명치에 그립 끝을 대는 ‘앵커링 퍼팅’이 금지된 탓에 퍼팅 방식을 바꾸고 또 바꾸는 긴 순환고리를 돌아야 했다.
처음엔 짧은 퍼터로 전향했다. 이후 1년도 안 돼 혼다클래식과 캐딜락챔피언십을 내리 제패했다. 달라진 규제에 완벽히 적응하는 듯했다. “앵커링 없이도 우승했다. 이전의 우승도 실력이었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에 날린 것이다. 그는 대회에 앞서 롱퍼터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피터 도슨 전 R&A 사무총장에게 롱퍼터를 선물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립을 몸에 대지 않는 변형 그립으로 바꿔 브룸스틱으로 돌아왔고, 부활에 성공했다. 캐딜락챔피언십 이후 1442일 만이다. 스콧은 이번 우승으로 앵커링이 금지된 이후 일반 퍼터와 롱퍼터를 써 모두 우승한 첫 사례를 남겼다.스콧의 부활로 PGA투어 ‘원톱’ 경쟁 구도는 복잡해졌다. 부활한 타이거 우즈(45·미국)를 비롯해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신흥 강호 그룹인 브룩스 켑카(30·미국), 욘 람(26·스페인), 저스틴 토머스(27·미국) 등 ‘톱10’의 면면이 한층 묵직해졌다.
강성훈 “장갑만 바꿨는데…”
스콧을 바짝 뒤쫓던 강성훈(33)이 뒷심을 발휘하며 이번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2위에 올랐다. 9언더파 275타. 그는 “출발은 좋았는데 티샷 실수가 많이 나와 타수를 오히려 까먹었다”며 “장갑을 바꾼 후 느낌이 좋아졌다”고 말했다.첫 홀(파5)을 이글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2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내줬고, 이어진 4번홀(파3), 5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뒷걸음질쳤다. 6번홀(파3), 9번홀(파4)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 분위기를 수습하더니 훨씬 까다로운 후반 11번홀(파5), 17번홀(파5)에서 버디 2개를 추가해 순위를 끌어올렸다.
강성훈은 “어려운 홀에서 페어웨이를 잘 지킨 것이 버디로 이어졌다”며 “바람이 많이 불어 어려웠지만 어차피 모두에게 힘든 날이니 정신만 놓지 않고 경기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준우승 상금 70만3700달러(약 8억3000만원)를 받았다. 이경훈(29)과 김시우(24)가 각각 공동 13위(6언더파·17만6700달러), 공동 37위(1언더파·4만1385달러)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공동 1위를 달린 매킬로이는 8언더파 공동 5위로 순위가 밀렸다. PGA투어 사상 최다승인 83승을 노린 우즈는 최하위인 68위(11오버파)에 머물러 리비에라CC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우즈는 이번까지 총 13차례 리비에라CC에서 경기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맷 쿠처(42·미국)와 스콧 브라운(35·미국)이 강성훈과 함께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