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도'와 '권고'만 하는 교육부

中유학생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
정부의 모호한 대처가 혐오 키워

박종관 지식사회부 기자 pjk@hankyung.com
1만9742명. 지난해 12월 초부터 지난 14일 사이에 중국에서 들어와 국내에 체류 중인 유학생 수다. 이들은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의심 증상이 없고,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지 않은 유학생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들을 대학 내 기숙사에서 분리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기숙사 입소를 거부하거나 기숙사를 나와 시내 거리를 활보해도 제지할 근거가 없다.

대학 캠퍼스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학교 인근 원룸 등에서 자취하는 유학생들을 거리에서 마주칠까 봐 외출도 꺼리게 됐다는 게 주민들의 토로다. 하지만 교육부는 중국에서 돌아온 유학생들이 캠퍼스 밖 어디에서 몇 명이나 거주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학생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읍소할 뿐이다.더 큰 문제는 아직도 한국으로 돌아올 중국인 유학생이 5만여 명이나 더 남았다는 점이다. 4년제 대학 중 91.4%(181개)가 올 1학기 개강 시기를 1~2주 연기했지만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개강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대학들에 최대 4주까지 개강 연기를 ‘권고’했고, 비자 발급 등의 문제로 국내 입국이 어려운 중국 유학생들에게는 휴학을 ‘유도’하겠다고 항변하지만 공허한 목소리로 들린다. 중국보다 확진자 수가 현저히 적은 한국을 앞에 둔 중국인 유학생들이 교육부의 권고와 유도 정책에 반응이나 할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자 보다 못한 대학교수들까지 들고 일어섰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17일 “교육부가 중국인 유학생으로 인한 대학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한 책임을 ‘권고’와 ‘유도’라는 단어를 사용해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국민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교육부에 바라는 점은 단순하다. 당장 중국인 입국 금지를 추진하라는 게 아니다.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대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권고’나 ‘유도’처럼 모호한 말은 집어넣고 컨트롤타워로서 명확하게 지시하고, 이끌어가는 교육부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학생도 모두 우리 학생”이라며 “중국인 학생들을 과도하게 혐오하는 시선이 적어지도록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견 타당한 말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 애초에 중국인 유학생을 확실히 관리했으면 불필요한 불안도, 혐오도 조성되지 않았을 일이다.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모두 ‘바이러스’ 취급을 받게 된 데는 ‘권고’와 ‘유도’만 해온 수동적인 교육부의 책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