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불황 장기화 땐 민생 타격"…洪 "종합경기대책 이달 시행"

4개 경제부처 업무보고 생중계
"코로나 극복 총력전"

文 "자발적 상가 임대료 인하에 감사
상생 확산돼야"
< 업무보고 하는 홍남기 부총리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연두 업무보고에서 혁신성장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올해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불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위기감을 높였다. 이날 업무보고를 온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한 것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생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각 부처 수장들에겐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불황·비상·엄중’ 발언 수위 높인 文문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 크게 체감된다”며 “그야말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조선업 불황’ ‘세계경기 불황’ 등의 표현에만 사용했던 ‘불황’이라는 단어를 꺼내들며 “불황이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뿐 아니라 민생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대문시장 방문,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등 현장 행보를 통해 접한 민생경제 일선의 신음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올해 민생과 경제에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줄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고 위기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는 국민에게 보고하는 것이며, 실천을 다짐하는 것”이라며 “더 어깨가 무거워진 올해, 국민들께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연초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던 각종 경제지표가 코로나 사태로 악화돼 더욱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달 종합 경기 패키지 마련”이날 업무보고도 경제 활력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비교하면 희생자가 없는데도 과도한 불안과 공포감으로 국민 경제 심리와 소비가 더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 수출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뚜렷하고,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음식·숙박업과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는 “경기 회복 모멘텀을 사수하기 위해 투자·내수·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종합적인 경기 패키지 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과의 무역 갈등과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중국발(發) 부품대란을 경험한 만큼 ‘소재·부품·장비’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특히 올해 일본 수출 규제 3대 품목의 공급 불안을 완전 해소하고, 2025년까지 소재·부품·장비 100대 품목에서 기술 자립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 기술 개발에 2조1000억원의 범부처 예산을 투입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진단키트와 3번 환자 처방약은 벤처기업이, 코로나맵은 대학생이 설립한 스타트업이 개발했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제조업은 물론 소상공인에게까지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위주인 자금 흐름의 물꼬를 기업으로 돌리고, 금융회사 직원이 책임 문제 때문에 자금 지원을 주저하지 않도록 면책제도를 강화하겠다”며 기업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다.정세균 국무총리는 기재부를 향해 “원래 기재부의 문화는 속도감보다 정확성인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경제 활력을 추진하려면 평소 장점인 정확성보다 속도감이 더 요구된다”며 선제적인 규제 혁신을 주문했다.

연이틀 임대료 인하 압박 나선 文

문 대통령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연이틀 ‘임대료 인하’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떨어진 관광업체와 전통시장, 음식점 등 자영업자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점포 임차료”라고 지적했다. 현장 행보를 통해 높은 임차료를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범정부적인 강력한 지원과 함께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도 상생의 노력이 함께 펼쳐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도 코로나 사태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일부 지역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하기로 한 ‘전주 착한 임대인 운동’을 SNS를 통해 알렸다.

박재원/이태훈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