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삐걱?…통합당 출범식 불참으로 더 커진 유승민의 존재감

지난 9일 불출마 선언 후 모습 드러내지 않아
지상욱·하태경 의원도 출범식 불참
유승민 역할론 부각…"어떤 형태로든 역할 맡아야"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보수당-자유한국당 신설합당 추진 및 총선 불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9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이 합친 미래통합당이 17일 출범했지만 유승민 의원이 출범식에 불참하면서 벌써부터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출범식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유의동 새보수당 책임대표, 이언주 전진당 대표, 박형준 통합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 의원은 미래통합당 소개 영상에 나오기는 했지만 출범식에는 등장하지 않았다.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그동안 새로운보수당의 실질적 리더이자 보수재건위원장으로서 황 대표와 당대당 통합 논의를 해왔기 때문에 그의 불참이 더욱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유 의원은 지난 9일 총선 불출마 선언 후 한국당과의 신설 합당 추진을 발표하고, 곧장 원외 위원장들에게 합당 추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는 대구로 내려갔다. 이후 공식 일정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시 그는 "보수 재건 3원칙을 말했을 때 약속했던 대로 공천권, 지분, 당직에 대한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며 "3원칙만 지켜라, 제가 원하는 건 이것뿐"이라며 사실상 '모든 것'을 내려놨다.다만 공천에 대해서는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이(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천, 감동과 신선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의원이 통합당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유 의원의 불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이 출범식까지 불참한 것은 한국당과의 통합 내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출범식에는 유 의원뿐 아니라 지상욱·하태경 의원도 불참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 이언주 의원, 장기표 통합신당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20.2.17 [사진=연합뉴스]
또한 당장 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기존 황 대표 체제를 이어간 것을 두고 본인이 요구한 '혁신'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와 함께 유 의원의 평소 모습에 비춰볼 때 신설합당 제안 이후 향후 정국을 구상하기 위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숙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유 의원의 입장과 별개로 통합당 안팎에서는 '유승민 역할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 험지 또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유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지금이라도 불출마 입장을 바꿔 서울이나 험지에서 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하는 등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한 야권 관계자는 "미래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힘을 얻으려면 유 의원의 도움이 필수"라며 "통합의 마지막 퍼즐인 유 의원의 역할론을 황 대표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