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자 원장 "차곡차곡 쌓은 빅데이터로 교육현장 문제 해결에 일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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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 통과로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64)은 올해 KERIS가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올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KERIS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KERIS는 교육 현장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집중했다. 데이터의 활용보다는 보안이 우선이었다.
역할 커진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박혜자 KERIS 원장
'나이스' 'K-에듀파인'으로
방대한 학교 현장정보 보유
하지만 데이터 3법 통과로 비식별화한 ‘가명정보’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KERIS가 20여 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데이터는 새로운 무기가 될 전망이다. 박 원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교육 분야 데이터를 쌓고, 지키는 데 집중해왔다”며 “이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빅데이터 시대 주목받는 KERIS
KERIS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와 지방교육행정·재정 통합시스템 ‘K-에듀파인’은 KERIS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박 원장은 “KERIS는 학교 현장에서 생성되는 무수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학부모와 학교 현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현장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모두 KERIS로 모이다 보니 빅데이터 시대에 KERIS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박 원장도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 KERIS가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교육정책 지원서비스의 확대다. KERIS는 올초 빅데이터분석부와 AI역량개발부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박 원장이 구상하는 교육정책 지원서비스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비만 학생이 많은 학교의 급식 식단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어떤 식단이 청소년 비만을 야기하는지 찾아내는 식이다. 박 원장은 교육 데이터를 활용하면 연간 8만여 명에 달하는 학업중단 학생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해 결석이 늘어나고,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 등으로 학업중단 조짐을 보이는 학생을 찾아낼 수 있다”며 “나이스에 학업중단 위험 학생을 알리는 알람 기능을 넣는다면 교사가 학생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 학업중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넘어야 할 문턱도 있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됐지만 연구목적일지라도 학생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학교장 동의가 필요하다. 박 원장은 “학생 데이터도 비식별화한 가명정보라면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시행령 개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풀어 에듀테크산업 촉진하겠다”박 원장은 에듀테크산업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도 에듀테크산업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원장은 “KERIS의 역할은 에듀테크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규제를 풀어 에듀테크 기업들의 애로점을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KERIS가 서비스하는 디지털교과서는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규제의 문턱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교과서에는 공룡의 영상이나 울음소리 등을 넣을 수 있지만 학계에서 명확하게 합의된 공룡의 울음소리가 없다는 이유로 실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원장은 “교과서 정책 자체가 조금 더 자유롭고 유연하게 바뀌어야 신기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의 3분의 1을 지나온 박 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육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KERIS의 역할은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더 나은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돋보일 만한 실적이나 업적을 쌓기보다는 한국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나아갈 수 있도록 가려진 곳에서도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