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잡기'식 집값대책 언제까지…수도권 3분의 2, 규제지역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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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처방 없이 오를 때마다 규제지정"정부가 20일 조정대상지역을 추가 지정하면서 수도권 규제지역이 47곳으로 늘었다. 수도권 전체 시·군·구 가운데 3분의 2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받는 셈이다.
참여정부 땐 전국 42%가 투기과열지구
정부는 이날 '투기 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를 통해 경기 수원 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규제지역을 추가한 건 1년 2개월 만이다. 작년 11월에는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 바 있다. 추가로 지정한 건 2018년 12월 수원 팔달구와 용인 수지·기흥구를 조정대상지역에 포함시킨 게 마지막이다. 최근들어 정부는 규제지역을 넓히기보단 규제의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부동산 시장을 관리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남부지역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자 결국 규제지역 카드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 수원 권선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되면서 수도권 규제지역은 종전 42곳에서 47곳으로 늘었다. 서울 25개 구를 포함한 수도권 지자체 72곳 가운데 65%에 이르는 수준이다. 경기 북부와 인천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부동산 규제를 받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 규제는 세 단계로 나뉜다. 조정대상지역(청약과열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순이다. 갈수록 강도가 높다. 일단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과 세제부터 크게 변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변한다. 기존에는 60%를 적용받았지만, 이번 조치로 조정대상지역 주택담보대출은 9억원 기준으로 주택가격 구간별 LTV 규제비율 차등 적용한다. 9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LTV 50%를 9억원 초과분 LTV 30%를 적용받는다. 기존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가액 10억원 주택 매입 시에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6억원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9억원까지는 50%, 나머지 1억원은 30%를 받아 4억8000만원만 가능해진다. 대출에 대한 시행은 내달 2일부터다.또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는 최고 62%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과 ‘갈아타기’를 위한 일시적 2주택 조건도 강화된다.
서울 모든 자치구와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등은 투기과열지구로도 지정돼 겹규제를 받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분양가 상한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가 더해진다. 투기지역인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14개 구에선 가장 강력한 규제가 작동한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는 게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수급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규제 범위만 확대하는 건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을 규제하면 주변 지역이 오르는 ‘두더지 잡기’ 식 부작용이 이번 정부 들어서만 3년째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건 정체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중에 더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를 우려가 있다”며 “공급 측면에서 확실한 처방을 내놓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대부분의 규제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에도 꾸준히 집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으로 규제가 풀린 건 지난해 부산 해운대·수영·동래구와 고양 일부 지역뿐이다. 그나마도 이들 지역 주택가격 하락을 이끈 건 수년 동안 누적된 공급과잉의 영향이 크다.이대로 가다간 전국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던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단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002년 9월만 해도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뿐이었지만 집값 불안이 전국으로 번지자 경기 전역과 부산, 인천, 대구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2004년 7월엔 투기과열지구가 전국 106개 지자체로 늘었다. 전국 250개 시·군·구의 42%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