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여기도 저기도 '짜파구리'…상표권 막 써도 될까

▽ 농심, 2009년 '짜파구리' 상표권 출원
▽ 라면 등 포함된 '30류' 상표권만 등록
▽ 식당 등 여타 업체 메뉴 사용은 허용
▽ '기생충' 제작사도 농심에 사용 문의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라면인 '짜파구리' 상품이 편의점에 이어 식당에서도 한정 메뉴로 출시되고 있다./사진=농심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라면인 '짜파구리' 상품이 영화 '기생충' 인기를 타고 유통가 곳곳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편의점 이어 식당에서도 '짜파구리' 이름을 달고 한정 메뉴로 출시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고급 한우 레스토랑 '한육감' D타워점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념해 지난 18일부터 '한우 채끝 짜파구리'를 1만 5000원(1인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서민의 간편식 '짜파구리'에 한우 채끝살을 올려 먹는 장면이 나온다. '짜파구리'는 작품 속에서 박 사장(이선균) 가족이 즐기는 별식이자 계층 차이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됐다. 이 메뉴는 '한육감'에서 다음 달 초까지 하루에 20그릇 한정으로 판매된다.

앞서 편의점 GS25는 공식 앱 '나만의 냉장고' 쇼핑몰에서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부챗살 짜파구리' 세트를 1000개 한정판매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채끝살 등으로 구성된 이 상품은 매일 오전 10시에 판매를 개시했는데 5일 내내 1분마다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렇게 '짜파구리' 명칭 사용이 일반화하면서 상표권 주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한경닷컴 취재결과 '짜파구리'에 대한 상표권은 농심이 출원,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취득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은 2009년 2월 특허청에 '짜파구리'라는 상표권을 출원해 이듬해 10월부터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

즉, '짜파구리'라는 상표는 일정 영역에서 농심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생충'의 제작사도 농심 측에 '짜파구리'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육감이나 GS25의 '짜파구리' 상품 판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업체가 '짜파구리'라는 상품을 봉지면의 형태로 판매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식당의 메뉴나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인모 특허법인RPM 변리사는 "농심은 '짜파구리'를 라면 등이 포함된 '30류'에만 등록했다"면서 "도소매업이나 식당업 등이 포함된 35류나 43류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농심 제품이 아닌 타사의 제품을 '짜파구리'라 표기하고 판매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심 측은 "GS25나 한육감 등으로부터 상표권 관련 문의가 들어온 적은 없다"면서도 "이렇게 우리 제품을 사랑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