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지역사회 확산피해 최소화로 방역전략 전환해야

전문가들 "예상한 상황…'조기 발견·치료·피해최소화' 전략 필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합니다."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감염경로와 감염원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이런 '깜깜이' 환자에게 옮은 2차 환자들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이미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공항 등을 통한 해외유입 차단과 확진자의 접촉자 관리에 맞춰진 방역 대책의 초점을 취약층 환자를 조기 발견, 진료해 피해를 최소화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을 맞은 19일 현재 국내에서는 해외 위험지역을 다녀오지도 않았고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통해 역학적 연결고리를 계속 추적하고 있지만, 최근 발생한 29·30·31번 환자의 감염경로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퍼져 본격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재갑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전문가들은 놀라기보다는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이미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다들 생기지 않기를 바랐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워낙 전파력이 있는 질환이기에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방역당국과 일선 의료기관들은 이미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현재의 방역 전략은 손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은 봉쇄 전략, 즉 공항에서 입국자를 체크해서 차단하고,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격리 조치하며, 접촉자를 관리해 자가격리하는 등 원천봉쇄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왔다.

그렇지만 지역사회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이제 이런 방역 전략으로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오는 등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는 만큼, 이른바 완화 전략으로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초기에는 환자 발생을 줄이고 차단하는 방법을 쓰지만, 지역사회 여기저기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더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 빨리 치료해서 사망률을 낮추는 완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외국에서 유입 차단하고 환자 철저하게 역학 조사해서 접촉자 관리하는 방식은 이제 어렵게 된 만큼 다음 단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역학 고리를 알기 어려운 환자들이 많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기저 질환자, 고령자 등 고위험군 집단은 조기 진단해 치료하고, 중증으로 진행하거나 중증인 환자에 우선순위를 둬서 치료하는, 피해 줄이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중증 환자, 고령자, 만성병 환자, 임신부 등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치료해서 사망자를 줄이는 전략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는 장기화할지도 모르는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경우 지역사회와 병원 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선 의료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의료기관별로 코로나19 환자 선별과 경증 확진자 진료, 중증 확진자 진료, 일반 환자 진료 등 업무를 분담하는 분업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