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아베' 거짓말 의혹에 코로나19·GDP 감소 충격까지

벚꽃 행사 전야제 비용 처리 문제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확산
일본 신문 "경기 저하는 아베 총리 구심력 저하로 직결" 지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국 국회에서 거짓 답변을 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거짓 답변 의혹은 벚꽃을 보는 모임 전날 열린 호텔 전야제 비용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졌다.아베 총리 후원회가 참석자들로부터 받은 회비를 정치자금으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것 등이 논란이 되자 아베 총리는 전야제 참석자 개개인이 호텔과의 계약 주체이며 후원회는 일종의 중개역할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이와 관련한 추궁 과정에서 아베 총리 답변의 모순점이 발견됐다.

아베 총리는 17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간사장 대행인 쓰지모토 기요미(십<于 대신 十이 들어간 迂>元淸美) 의원의 질의에 '호텔 측이 후원회에 명세서를 발행하지 않았다', '호텔은 참석자 개개인에게는 성명란이 공백인 영수증을 발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쓰지모토 의원이 호텔 측으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을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ANA인터콘티넨털도쿄'가 2013년 이후 개최한 파티·연회와 관련해 '견적서나 명세서를 주최 측에 발행하지 않은 경우는 없다', '성명란이 공백으로 된 영수증을 발행한 것은 없다', '호텔이 주최한 연회를 제외하면 참가자로부터 회비 형식으로 대금을 받는 경우는 없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호텔 측이 쓰지모토 의원에게 "어디까지나 일반론으로서 답했다.

개별 조건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에 관한 것이므로 회신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반론했다.그는 아울러 호텔이 개별 참석자에게 성명 공란 영수증을 발급했다는 발언을 공란이 아니라 '우에사마'(上樣·존칭의 일종으로 영수증 성명란에 관행적으로 쓰는 표기)였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하지만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주요 신문에 호텔 측이 내놓은 답변은 아베 총리 발언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더 키우고 있다.

ANA인터콘티넨털도쿄 홍보부 담당자는 아사히신문에 "'영업 비밀에 관한 것이므로 회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며 아베 총리의 국회 발언 일부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역시 호텔 측이 "'영업비밀'을 말한 사실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자민당 의원들이 18일 아베 총리 사무소 관계자에게 진술을 듣는 등 조사하고 그 결과를 야당 측에 전했으나 여기에도 '영업 비밀에 관한 것'이라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19일 보도했다.

야당 측이 호텔의 서면 답변까지 제시하며 아베 총리 발언의 모순을 추궁하는 반면 아베 총리는 근거가 명확한 반론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태는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야제에 참석자 개개인이 호텔과의 계약 주체가 아니라면 주최자인 아베 총리 측이 참석자로부터 받은 회비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해야 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아베 총리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52%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85%가 일본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표명했다.

교도통신, 요미우리신문, 민영방송 네트워크 ANN의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각각 8.3% 포인트, 5% 포인트, 5.6% 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응 미숙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 정권이 야당에 대한 우위를 내세우는 데 활용한 경제 정책도 불안한 상황이다.

작년 4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1.6% 감소(연율 -6.3%)해 5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평소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산케이(産經)신문조차 경기 저하가 "총리의 구심력 저하로 직결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