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봉침 사망 교사 응급처치 도운 '선한 의사' 면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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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교사 유가족, 한의사 상대로는 승소…"4억7천만원 배상"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은 초등학교 교사가 봉침을 맞고 쇼크로 숨진 사고와 관련, 당시 응급처치를 도운 옆 병원 의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교사의 유가족이 봉침을 시술한 한의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은 이겨 4억7천만원의 배상을 받게 됐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노태헌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초등학교 교사 A(사망 당시 38세·여)씨의 남편과 부모 등 유가족 3명이 한의사 B씨와 모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유가족 3명에게 총 4억7천만원을 지급하라고 B씨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유가족 3명이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피고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며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과 협진체계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술을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A씨에게서 부작용 증상이 발생한 시각으로부터 7분이 지나서야 119구급대에 연락했고 옆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갈 때도 걸어서 간 뒤 당시 환자를 보던 C씨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며 "C씨에게 급박한 상황임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당시 응급처치를 도운 C씨에 대해서는 "심장마사지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에게 어떤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8년 5월 15일 오후 2시 48분께 경기도 부천시 한 한의원에서 B씨로부터 봉침을 맞은 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과민성 쇼크로도 불리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봉침 시술 후 A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인 C씨에게 직접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C씨는 A씨에게 항알레르기 응급치료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 처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9구급대에 의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사경을 헤매다가 사고 발생 22일만인 같은 해 6월 6일 숨졌다.
유가족 측은 사고 당시 봉침을 놓은 B씨뿐 아니라 응급 처치를 도운 C씨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증상을 보인 후 도움을 요청받은 C씨가 골든타임인 4분 이내에 에피네프린을 투여하지 못해 의사에게 주어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 측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응급 상황에서 생명 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 활동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물을 수 없다고 맞섰다.
A씨 유가족은 A씨가 사고 없이 정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을 때의 합산 소득 등을 계산해 B씨와 C씨를 상대로 총 9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선의의 목적으로 응급처치를 도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볼 수 있는 C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인물이다.
성서 해당 부분의 내용은 강도를 당한 행인이 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이야기다.
한편 이 소송 재판을 맡은 노 부장판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판사다. 1996년 서울대학교 병원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고 2년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합뉴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노태헌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초등학교 교사 A(사망 당시 38세·여)씨의 남편과 부모 등 유가족 3명이 한의사 B씨와 모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유가족 3명에게 총 4억7천만원을 지급하라고 B씨에게 명령했다. 그러나 유가족 3명이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피고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며 "응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과 협진체계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술을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는 A씨에게서 부작용 증상이 발생한 시각으로부터 7분이 지나서야 119구급대에 연락했고 옆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갈 때도 걸어서 간 뒤 당시 환자를 보던 C씨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며 "C씨에게 급박한 상황임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당시 응급처치를 도운 C씨에 대해서는 "심장마사지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씨에게 어떤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8년 5월 15일 오후 2시 48분께 경기도 부천시 한 한의원에서 B씨로부터 봉침을 맞은 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과민성 쇼크로도 불리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호흡곤란과 혈압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봉침 시술 후 A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인 C씨에게 직접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C씨는 A씨에게 항알레르기 응급치료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응급 처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9구급대에 의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사경을 헤매다가 사고 발생 22일만인 같은 해 6월 6일 숨졌다.
유가족 측은 사고 당시 봉침을 놓은 B씨뿐 아니라 응급 처치를 도운 C씨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증상을 보인 후 도움을 요청받은 C씨가 골든타임인 4분 이내에 에피네프린을 투여하지 못해 의사에게 주어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 측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응급 상황에서 생명 구조라는 선의의 목적으로 한 의료 활동에 대해 과실 여부를 물을 수 없다고 맞섰다.
A씨 유가족은 A씨가 사고 없이 정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을 때의 합산 소득 등을 계산해 B씨와 C씨를 상대로 총 9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선의의 목적으로 응급처치를 도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볼 수 있는 C씨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신약성서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인물이다.
성서 해당 부분의 내용은 강도를 당한 행인이 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이야기다.
한편 이 소송 재판을 맡은 노 부장판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판사다. 1996년 서울대학교 병원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고 2년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