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20 부동산대책 "조정대상지역 늘리고, 대출은 더 조이고"

집값 급등한 수원, 안양, 의왕에 핀셋 대응
9억 초과분 LTV 30%로 축소
"늑장 대응…또다른 풍선효과 가능성" 우려도
경기도 수원 아파트 전경.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데다, 인기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다운계약'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하고,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투기 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2·20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이며, 초강력 대책으로 여겨지는 '12·16 대책' 이후 약 두 달만이다. 비교적 규제의 강도가 약했던 조정대상지역까지 압박해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한 곳은 수도권에서만 5곳이다. 수원 영통·권선·장안과 안양 만안, 의왕 등이다. 수도권 과열 지역을 선별해 규제하는 핀셋 대응이다. 12·16 대책 이후 집값이 유달리 뛰던 지역이었다. 수원은 지난 대책 이후 8% 이상 집값이 급등했고, 의왕과 안양도 3~4% 상승했다. 정부는 이들 지역에 신분당선이나 인덕원~동탄선·월곶~판교선 등 광역 교통망 구축에 따른 개발 호재가 많아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투기 수요 유입이 많아질 우려가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조정대상지역은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아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이들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LTV와 DTI가 강화된다. 양도소득세도 중과되며 양도차익에서 최대 80%를 공제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에서도 배제된다. 전매제한이 강화되고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등의 조치도 취해진다. 또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편법 증여와 같은 수상한 부동산 거래를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는 LTV가 60%로 제한되고 DTI 50%가 적용된다. 여기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의 LTV 비율을 60%에서 50%로 낮추 돼,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9억원 초과분에 대해 LTV를 30%로 하향한다.

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던 실수요 요건도 강화한다. 지금까지 조정대상지역 내의 1주택 세대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2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것은 물론 신규 주택으로 전입을 해야 대출이 가능해진다. 반면 DTI(총부채상환비율)는 50%로 유지할 계획이다. 여기에 법인전환을 통해 주택을 살 목적으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추가했다. 주택임대업·주택매매업 이외 업종 영위 사업자에 대해서는 조정대상지역도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금지했다. 기존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만 적용되던 항목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 전매 기준도 강화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1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주택은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그동안 조정대상지역에서 전매제한은 크게 3지역으로 나눠졌다. 1지역은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이며, 2지역은 당첨일로부터 1년 6개월로 경기도 성남시의 민간택지가 해당됐다. 3지역은 당첨일로부터 공공택지 1년, 민간택지 6개월이었다. 경기도 수원 팔달, 용인 기흥, 남양주, 하남, 고양 민간택지 등이 3지역이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2지역과 3지역을 모두 1지역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번 대책은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과열 양상이 심각해지면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이 촉구되자 나왔다. 하지만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기와 규제 대상을 두고 잡음이 많았다.
실제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가격이 폭등한 용인 수지(연간 누적 상승률 4.42%)·기흥(3.27%), 수원 팔달(6.32%)이 추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남 분당(투기과열지구)과 수정·중원(조정대상지역) 등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아 빠졌다. 대전과 부산의 최근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도 높았지만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수원 팔달구나 용인 기흥·수지구는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것보다는 조정대상지역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높으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 광역시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전은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지적했다. 총선을 의식해 시기를 차일피일 미룬 탓이 수도권 풍선효과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16 대책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기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지적 풍선효과에 핀셋 대응하면서 규제지역을 강화하는 정도로 정책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또 다른 풍선효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규제지역인 경기 구리와 동탄, 광명, 인천, 의정부 등에서 주택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수원과 안양, 의왕시 뿐만 아니라 최근 용인과 성남 등의 집값도 크게 올랐지만 이들 지역은 추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대책이 빠져있어 용인과 성남 뿐만 아니라 구리, 인천 등의 지역들이 앞으로 풍선효과로 인한 집값 상승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비규제지역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 우려 시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며 규제지역 지정 이전이라도 관계기관 합동 조사 등을 통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김하나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