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은 '인간의 뇌'

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샤론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서 길을 잃었다. 아침에 잠에서 깼는데 침실이 낯설게 느껴지고, 화장실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도 샤론은 집에서 반복적으로 길을 잃었다.

만약 집에서 화장실까지 가는 길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익숙한 환경에선 특별한 순서로 길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으로 단번에 길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샤론은 기억을 담당하는 우측 해마와 정보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전두엽 피질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집에서 길을 잃게 됐다.《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뇌에 담긴 원리를 설명하며 뇌과학·임상심리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는 영국 출신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헬렌 톰슨이다.

톰슨은 아홉 명의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자기 집에서조차 길을 잃는 영원한 미아인 샤론을 비롯해 자신의 삶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남자, 사람들의 ‘오라(aura: 인체 주변에 발산되는 신령스러운 기운)’를 보는 남자, 하룻밤 새 성격이 완전히 바뀐 남자, 존재하지 않는 노래를 듣는 여자, 자신이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기억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자,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남자,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남자 등 자신의 이상한 뇌를 수년 동안 끌어안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이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정신 질환이나 뇌 이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뇌를 연구하며 이런 수수께끼를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이들의 개인적인 면에 주목해 과학자 대 환자의 입장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그는 “우리의 뇌가 창조할 수 있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대지가 얼마나 넓은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 수수께끼가 풀리면 가장 낭만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김보은 옮김, 한국경제신문, 368쪽, 1만7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