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反 조원태 연합군'…명분 쌓기 나서나
입력
수정
강성부 "비싸게 굴어 죄송"…한진그룹 경영실패·조원태 소통 부족 부각
"조현아 경영 복귀 안해"…추후 논란 여지 남겨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5% 더 매집…경영권 다툼 장기화할 듯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한층 가열된 가운데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한 축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내세운 이사 후보 1명이 이탈하고 한진그룹 내부 구성원의 조 회장 지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세에 몰린 강 대표가 명분 쌓기를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KCGI의 간담회에는 강 대표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SK 부회장과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김 의장은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3자 연합의 다른 축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은 물론 나머지 이사 후보들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도자료와 유튜브 등으로만 입장을 내놓던 강 대표가 직접 간담회를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 대표 스스로도 "비싸게 굴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 정도다.강 대표는 이날 2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상당 시간을 구조조정과 '투기자본 먹튀' 등 KCGI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푸는 한편 한진그룹의 '총체적인 경영 실패'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에 대해 소통 부족과 경영 능력 불신을 부각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강 대표는 "지금 현 경영진은 저한테 신용을 잃었다"며 "작년 1월 KCGI 공개 제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 부채비율 감소를 얘기했는데 (부지 매각은) 진전된 바가 없고 부채비율은 그때 500%대여서 300%대로 줄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늘어났다"고 비판했다.또 "조 회장이 'KCGI는 대주주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소통 능력도 경영의 일부"라고 말했다.이날 간담회를 잡은 것도 조 회장 측이 자신들이 제안한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소통 부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CGI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답변을 이날까지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조 회장 측의 경영 실패를 비난하며 "공부 안하고 팽팽 놀다가 전교 꼴등하던 학생이 갑자기 '아빠 내년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전교 1등 할게요' 하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명분을 잃었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한 듯 '남매 간의 갈등'이 아닌 '오너 중심 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의 패러다임 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이날 한진칼에 주주제안한 3자 연합의 정관 변경에 대한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조 전 부사장이 이런 정관 변경에 동의했다는 것은 경영 복귀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관을 바꾼다 해도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이사 자격 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땅콩 회항'(항공보안법 위반 등)을 비롯해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모두 배임·횡령과 관련된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배임·횡령죄만 명시한 것을 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또 3자 연합의 추천을 받았지만 최근 자진 사퇴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밝혀 스스로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군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대표는 "항공업 전문가가 필요한 것 같아 모셨다"며 "건강상의 이유도 얘기하고 자기가 생각지 못했던 전 직장 분들의 만류라든지 다양한 외압이라든지 이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분의 상황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이런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다른 이사 후보들에 대한 자격 논란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상무의 사퇴로 이사 후보군 중 유일한 항공업계 경험자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의 경우 항공경영분야 종합컨설팅회사인 스카이웍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외이사 후보인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의 경우 반도건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함 후보의 경우 한진칼 기타 비상무이사로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할 수도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구 후보 역시 그만둔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반도건설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독립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며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평가했다.이런 가운데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직전 보고일의 32.06%에서 37.08%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을 맺은 3자 연합의 지분을 모두 더한 것으로, 매입 주체는 반도건설이다.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 명부는 이미 폐쇄됐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 매집한 지분의 의결권이 유효하지는 않지만, 3자 연합의 입장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주총 이후 임시주총 소집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3월 주총 이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이에 앞서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양측의 신경전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조현아 경영 복귀 안해"…추후 논란 여지 남겨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5% 더 매집…경영권 다툼 장기화할 듯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이 한층 가열된 가운데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한 축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강성부 대표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내세운 이사 후보 1명이 이탈하고 한진그룹 내부 구성원의 조 회장 지지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세에 몰린 강 대표가 명분 쌓기를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KCGI의 간담회에는 강 대표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참석했다.
SK 부회장과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김 의장은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3자 연합의 다른 축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은 물론 나머지 이사 후보들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도자료와 유튜브 등으로만 입장을 내놓던 강 대표가 직접 간담회를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 대표 스스로도 "비싸게 굴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 정도다.강 대표는 이날 2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상당 시간을 구조조정과 '투기자본 먹튀' 등 KCGI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푸는 한편 한진그룹의 '총체적인 경영 실패'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에 대해 소통 부족과 경영 능력 불신을 부각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강 대표는 "지금 현 경영진은 저한테 신용을 잃었다"며 "작년 1월 KCGI 공개 제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 부채비율 감소를 얘기했는데 (부지 매각은) 진전된 바가 없고 부채비율은 그때 500%대여서 300%대로 줄인다고 했는데 오히려 늘어났다"고 비판했다.또 "조 회장이 'KCGI는 대주주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소통 능력도 경영의 일부"라고 말했다.이날 간담회를 잡은 것도 조 회장 측이 자신들이 제안한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소통 부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CGI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답변을 이날까지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강 대표는 조 회장 측의 경영 실패를 비난하며 "공부 안하고 팽팽 놀다가 전교 꼴등하던 학생이 갑자기 '아빠 내년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전교 1등 할게요' 하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명분을 잃었다는 일각의 비난을 의식한 듯 '남매 간의 갈등'이 아닌 '오너 중심 경영과 이사회 중심 경영의 패러다임 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이날 한진칼에 주주제안한 3자 연합의 정관 변경에 대한 세부 내용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조 전 부사장이 이런 정관 변경에 동의했다는 것은 경영 복귀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관을 바꾼다 해도 조 전 부사장의 경우 이사 자격 제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이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땅콩 회항'(항공보안법 위반 등)을 비롯해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모두 배임·횡령과 관련된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배임·횡령죄만 명시한 것을 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또 3자 연합의 추천을 받았지만 최근 자진 사퇴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밝혀 스스로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군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대표는 "항공업 전문가가 필요한 것 같아 모셨다"며 "건강상의 이유도 얘기하고 자기가 생각지 못했던 전 직장 분들의 만류라든지 다양한 외압이라든지 이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분의 상황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이런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다른 이사 후보들에 대한 자격 논란도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상무의 사퇴로 이사 후보군 중 유일한 항공업계 경험자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의 경우 항공경영분야 종합컨설팅회사인 스카이웍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외이사 후보인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의 경우 반도건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함 후보의 경우 한진칼 기타 비상무이사로서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할 수도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구 후보 역시 그만둔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반도건설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렵고 이는 결국 독립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며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평가했다.이런 가운데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이 직전 보고일의 32.06%에서 37.08%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을 맺은 3자 연합의 지분을 모두 더한 것으로, 매입 주체는 반도건설이다.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 명부는 이미 폐쇄됐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 매집한 지분의 의결권이 유효하지는 않지만, 3자 연합의 입장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주총 이후 임시주총 소집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3월 주총 이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이에 앞서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한 양측의 신경전은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연합뉴스